솔직히 영화 <식객> 은 스스로 자랑하는 오감(五感)을 그렇게 크게 자극하지는 못한다. 새와 물고기와 소를 재료로 빚어내는 음식이 내는 빛깔과 소리와 냄새와 맛이 꿈보다 해몽이 좋은 찬사(요리대회 심사위원들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확 다가오지 않는다. 식객>
그 이유는 이 영화의 가고자 하는 길 때문이며, 동시에 이 영화가 가진 한계이기도 하다. <식객> 은 전윤수 감독의 말대로 ‘사람 이야기’다. 더 정확히는 사람 마음에 관한 이야기다. 음식은 그것을 숨기고, 드러내는 재료이자 결과일 뿐이다. 식객>
때문에 <식객> 의 이야기는 음식이 아니라 그것이 그릇, 그림이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진수성찬도, 산해진미도, 희귀만찬도 아닌 사랑의 마음과 손으로 빚은 것’이라는 이 인간사 보편적 진리를 위해 <식객> 은 천재요리사 성찬(김강우)과 그의 라이벌 봉주(임원희)의 요리대결을 축으로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를 선택했을 뿐이다. 식객> 식객>
음식이 주는 오감이 아니라, 가슴의 감동에 초점을 맞추었기에 굳이 <음식남녀> 의 시각적 화려함이나, <대장금> 의 요리 비법이 주는 놀라움 같은 기교에는 애초부터 전력투구하지 않기로 한 것일까. 대장금> 음식남녀>
아니면 그것까지 노렸으나 이미 비슷한 소재의 영화와 드라마를 볼만큼 본 사람들의 눈높이에 도달할 수 없었던 것일까. 어떻든 <식객> 은 그보다는 인간의 추억과 삶이란 양념과 재료를 가지고 이 세상 더 없는 귀중한 맛과 향기 나는 음식을 만나게 해주고 싶어한다. 식객>
그리고 그 소망을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비화를 통해 이루어내고자 한다. 조선 순종 때 궁중요리사인 대령숙수가 임금에게 마지막으로 올린 고깃국과 요리하던 칼에 얽힌 우리의 역사적 비극, 그 비극과 맥을 잇고 있는 천재요리사 성찬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 최고 숯쟁이인 한 사형수의 고구마에 얽힌 어린시절의 슬픈 추억, 성찬과 그가 기르던 소의 운명, 치매에 걸린 성찬 할아버지의 존재와 그의 마지막 선택이 ‘식객’이 된 관객들을 감동으로 끌고 간다.
이를 위해 영화는 허영만의 동명만화의 스토리 뿐 아니라, 캐릭터와 상황까지도 그대로 가져왔다. 그게 문제였다. 만화에서는 매력이던 과장과 단순함이 오히려 단점이 됐다. 성찬과 봉주의 막무가내식 선악 대비, 봉주의 유치하고 노골적인 음모, 요리대결에서의 그야말로 만화 같은 반전의 연속, 지나치게 단순한 애국심 강조가 극적 긴장과 이야기의 깊이를 방해한다.
차라리 원작으로부터 더 자유로웠으면. 만화에는 없는, 영화가 창조한 두 캐릭터를 보라. 고향 선배로 성찬을 도와주는 호성(정은표)과 봉주 편에 선 호성의 군대후배 우중거(김상호)야말로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살아있지 않은가.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같은 작가의 만화를 영화로 만들어 성공한 <타짜> 속의 멋지게 영화적 캐릭터로 변주한 주인공들이 있다. 그래서 이래저래 비교될 수 밖에 없고, 비교하다 보면 아쉬움이 점점 커지는 영화 <식객> . 도박보다는 음식으로 세상을 이야기하는 일이 더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하면 할 말은 없지만. 1일 개봉. 식객> 타짜>
이대현 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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