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용지부담금 납부를 놓고 시도와 시도교육청 간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교육청과 대전시교육청 등이 학교설립에 대해 잇따라 협의거부 조치를 내리거나 학교설립 불가방침을 통보하고 나서 파장이 일고 있다. 이 경우 택지개발이 이뤄지더라도 학교를 세울 수 없어 원거리 통학 등 입주민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25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최근 김포시 양촌면 양곡지구에 대해 경기도가 제출한 양곡고등학교 신설 협의를 부동의 했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의 이번 조치는 경기도가 구체적인 용지비 부담 계획을 첨부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 모든 학교의 신설 협의를 동의하지 않겠다고 방침을 밝힌 이후 첫 사례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경기도가 1만4,900㎡로 계획된 양곡고에 대해 법이 정한 최소면적(1만110㎡) 기준으로 절반의 돈만 부담하겠다고 밝혀 협의에 동의해주지 않았다”면서 “부담금을 원칙대로 조달하지 않으면 택지개발 및 입주에 관계 없이 부동의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택공사는 초중고 4개를 포함, 8,000여 가구 규모의 양곡지구를 2010년 완공할 예정이다.
수원교육청도 최근 수원 이의동, 용인시 상현동 일대 개발중인 광교신도시에 대해 경기도가 제출한 학교설립계획에 대해 같은 이유로 보완의견을 제시했다. 수원교육청은 “광교신도시의 14개 학교 중 내년 분양예정인 1차 임대아파트단지 내 초중고 3개교에 대한 협의요청에 대해 자금조달계획을 명확히 하라는 보완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현행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에는 ‘허가권자(시장 군수)는 도시계획사업(학교) 설치 시 시행자(교육청)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학교설립에 관한 특별법은 학교용지를 시도와 교육청이 절반씩 부담토록 규정하고 있다.
경기도 교육청 학교설립과 홍만기 계장은 “특별법이 제정된 1996년 이후 9,220억원의 경기도 부담금을 받지 못해 차입금으로 교육행정을 펼치고 있다”면서 “내년 금융권에 갚아야 할 돈이 2,700억원에 달하는 등 도교육청 재정이 빈사상태에 이르러 부득이 실력행사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전시교육청도 최근 대전 서남부권 1단계 택지개발지역 학교용지부담금 납부 유보를 밝힌 대전시에 대해 학교설립불가 및 분양연기를 공식 요청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초중고 17개교의 학교용지 매입비가 2,700억원에 달한다”면서 “대전시가 부담금 납부를 유보할 경우 700억원의 빚이 있는 시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용지매입에 나서기는 불가능해 설립 불가방침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불가방침에도 불구, 건설업체들이 올 연말 5,000여 세대의 분양을 강행할 경우 ‘학교설립계획 없음’ ‘원거리 통학해야 함’ 등의 경고문구를 분양광고에 반드시 삽입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비슷한 사정을 겪고 있는 다른 교육청들도 실력행사에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10학년도 월배지역 학교부지 매입비로 676억원이 필요한 대구시교육청은 대구시가 뚜렷한 부담방안을 제시하지 않자 협의거부방안을 내부 검토중이다. 광주시교육청과 충남도교육청은 지자체의 분할납부방침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용한 상태지만 마찰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부산에서는 개발업체가 학교부지 및 교사까지 지어 기부채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시도도 부담이 큰 만큼 학교용지를 무상공급하거나, 사업시행자에게 일정부분 부담시키는 방안 등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대전=전성우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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