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극렬비판 인물로 순화 불가능, B급-비판활동 재개 가능성 있으나 순화 및 미행감시 요구, C급-비판 성향은 잠재해 있으나 특이 동향 없으며 순화만으로 회유 가능자, D급-문제성은 있으나 자숙하면서 생계에 전념 중인 자'(1982년 7월 작성 '숙정 위해 언론인' 문건)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가 25일 내놓은 신군부 언론통제사건 보고서에서 1980년 신군부의 언론 통폐합과 언론인 강제 해직에 보안사령부가 깊숙이 간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 통폐합 각서를 보안사 언론반이 총괄해서 받아냈고 계엄이 해제된 훨씬 뒤인 1989년까지도 보안사는 언론사를 출입하며 동향을 감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는 1980년 8월 정화 대상 언론인을 A, B, C급으로 나눠 문공부에 통보했다. 또 작성 주체와 날짜가 없는 '언론 정화자 명단'이라는 문건에는 정화 보류자 44명과 정화자 938명 등의 이름 옆에 등급이 따로 적혀 있다. 정화 사유는 국시부정(10명), 반정부(243명), 부조리(341명) 등이었다.
1980년 당시 보안사는 해직 언론인 711명을 신분에 따라 취업을 제한했다. 부국장 이상 42명은 1년, 부장 이하 627명은 6개월, 나머지는 영구 제한이었다. 이후 수위를 낮춰 A급 13명은 영구, B급 96명은 1년, C급 602명은 6개월로 조정했다. 보안사 정보처 정보2과에서는 계엄 해제 이후에도 해직 언론인의 동향을 계속 파악했다.
'K-공작' 등 보안사의 '언론인 조종반 운영계획'도 확인됐다. 신군부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이 언론인 회유 계획에 따라 당시 보안사령관이 언론사주, 간부 등과 가진 간담회, 만찬 기록도 나왔다.
동료ㆍ선후배 기자가 강제 해직 당하는 중에 편집국장들은 "국민의 계도 역할에 사명감을 갖도록 자각케 해주셨다" "앞으로 이런 계기를 만들어 정부 홍보 방향을 제시해 달라"는 등의 말을 했다.
과거사위는 "정부는 국가의 책임을 공식 인정하고 국민에게 공개 사과해야 한다"며 "더불어 '한수산 필화 사건' '오홍근 테러 사건' 피해자들에게 공개 사과하고 보상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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