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철저한 가치 투자로 유명하다. 그는 1990년대 후반 정보통신(IT)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IT 관련 기업들이 눈에 띌만한 실적을 낼 수 있을 지에 회의적이었기 때문이다.
대신 콜카콜라처럼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면서 실적이 꾸준히 증가하는 기업들에 주로 투자했다. 이런 주식들은 기업 순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PER(주가수익률ㆍ주가/주당 순이익)가 낮거나 자기자본 대비 이익률(ROE)이 높은 주식이었다.
그의 투자 방식대로라면 중국은 피해야 할 투자처다. 이미 PER가 25배 가량으로 신흥시장 평균(15배)을 훨씬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최근 “중국은 지나치게 과열돼 있기 때문에 좋은 매물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 증시의 중국 관련주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은 PER가 무려 50배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워런 버핏의 판단과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 증시는 과열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도 상승세를 멈출 기색이 엿보이지 않는다.
우리 증시도 최근 들어 포스코 현대중공업 동양제철화학 소디프신소재 등 성장주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펀드의 경우에도 상반기에 반짝하던 가치주 펀드들은 날이 갈수록 죽을 쑤고 있지만, 성장주 펀드는 수익률이 쑥쑥 오르고 있다.
실제로 성장주 펀드중의 하나인 미래에셋3억만들기인디펜던스는 3개월동안 15.42%가 올랐지만, 대표적인 가치주 펀드인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는 오히려 2.91% 떨어졌다. 장기 수익률을 보더라도 성장주 펀드의 수익률이 가치주 펀드보다 더 좋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내재가치에 충실한 가치투자가 과연 정석인가’에 대한 의문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내재가치보다 저평가된 주식이나 펀드를 사서 수년동안 기다리는 것보다 대세 상승을 이끄는 주도주나 유망 국가에 투자하는 게 더 현명하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주가가 아무리 내재가치에 수렴된다고 하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으면 가치와는 상관없이 주가가 지지 부진할 수밖에 없다”며 “일반적인 투자가라면 잠재 성장성이 있는 대형 우량주나 성장형 펀드에 투자하는 게 더 현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의 경우에는 “성장 잠재력을 간과한 채 과열만 얘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 펀드를 설립한 짐 로저스도 “중국 증시는 내년 1월까지 9,000은 간다.
중국 증시는 결코 과열이 아니다”라며 버핏 과는 상반된 입장을 표명했다. 삼성투신이 출시한 ‘그레이트차이나 펀드’의 운용을 맡은 베어링 자산운용의 제리 응 아ㆍ태지역 CEO도 25일 “중국은 70년대 산유국, 80년대 일본, 90년대 미국의 바통을 이어받아 세계 경제의 견인차로 떠오르고 있다”며 “중국의 호황은 적어도 2013년까지는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록 중국 증시 PER가 25배이지만 80년대 호황을 누렸을 당시 일본과 대만의 PER가 60~70배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상승여력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또 중국 기업의 실적이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어 현재의 고평가가 시간이 흐를수록 희석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