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런 게 레임덕 아닌가. 종전선언을 놓고 같은 날 청와대 안보실장은 이렇게 말하는데, 외교통상부장관은 저렇게 말한다.
외교안보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도 긴밀히 의견 조율을 해야 할 두 사람이 전혀 다른 말을 하는 것을 보니 기본적인 소통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모양이다. 이래서야 어디 노무현 대통령 임기 말 외교안보 중요 현안들에 효과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겠는가.
지금 단계에서 종전선언 논란은 국제법이나 관례를 떠나 섣부르다. 종전선언이든 평화협정 체결 논의든 북한이 연말까지로 약속한 핵 불능화 및 신고를 성실하게 이행한 후에나 거론할 사안이다.
지금은 '10ㆍ3 베이징 합의'에 따라 북한, 그리고 미국 등 나머지 6자회담 참가국들이 '행동 대 행동'의 약속을 실천하도록 하는 데 외교력을 모아야 할 시기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종전선언을 위한 3, 4자 정상회담 추진에 매달리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임기 내 업적을 의식한 조급증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송민순 외교부장관이 "종전을 하려면 정치적ㆍ군사적ㆍ법적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면서 종전선언은 협상과정을 거쳐 끝 부분에 나오는 것이라고 일반론을 펴는 것도 맞지 않다. 종전선언 개념이 부각된 맥락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화협정 또는 평화조약 체결은 까다로운 법적ㆍ제도적 장치와 행동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에 시일이 오래 걸린다. 북핵 폐기와 맞물린 북미관계 정상화 논의를 진척시키기 위해서도 기술적 전쟁 상태를 끝내는 상징적 조치가 필요하며 종전선언은 이런 맥락에서 제기됐다고 봐야 한다.
미국의 자세에도 문제가 있다. 종전선언을 위한 관련국 정상 만남을 먼저 거론한 것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었다. 물론 북핵 완전 폐기를 전제로 한 얘기였다.
그러나 종전선언이 북핵 불능화 이후 완전한 핵 폐기를 촉진할 가능성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시리아 간 핵 협력 의혹이 제기된 후 미국의 대북정책에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도 걱정스럽다. 청와대와 외교부가 종전선언 문제로 신경전을 벌일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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