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Y초등학교 5학년 김모(11)군의 소원은 내년에는 꼭 남자 선생님 밑에서 공부하는 것이다. 지난 5년간 김군의 담임은 모두 여교사였다. 동생(9) 또한 3년째 여교사에게 배우고 있다. 하지만 김군의 바람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55명의 선생님 중 남자 선생님은 불과 4명 뿐이기 때문이다.
교직 사회의 ‘여초(女超)’ 현상은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올해 전국 초등학교의 여성 교사 비율은 73%. 게다가 매년 신규 임용되는 초ㆍ중등 교사의 70~ 80% 가량이 여성인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여교사 편중 현상은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이 24일 ‘양성균형 임용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일종의 남교사 할당제다. 교원 성비 불균형이 학업성취도나 성역할 정립 등 민감한 시기의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여성계는 “검증되지도 않은 논리를 내세워 또 다른 역차별을 조장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교사 할당제를 추진했다가 불과 넉 달 전 교육인적자원부의 거부로 한 차례 ‘좌절’되기도 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교육청은 최근 ‘교원의 양성균형 임용에 관한 연구’라는 특별연구과제를 수행할 연구팀을 꾸렸다. 대학 교수와 현직 초ㆍ중등 교사, 교원 전문직 등을 망라해 총 8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앞으로 일선 학교에서 교원 성비 불균형으로 발생하는 교육적 영향 등을 심층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다. 시교육청은 내년 2월로 예정된 연구 보고서가 나오는대로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마련할 예정이다.
문제는 ‘여교사 과잉’과 ‘교육적 영향’ 간의 상관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보다 교사 성비 불균형이 심한 나라가 많지만, 인위적으로 비율을 조정하는 국가가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인위적인 성비 조정은 성차별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관계자는 “여교장 비율이 10%를 밑돌 정도로 교장ㆍ교감 등 대다수의 관리직 교원은 남성이 독차지하고 있다”며 “이런 현실은 외면하고 여교사 비율만 억제하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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