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법관의 운전기사가 도심 재개발조합 내부의 이권 다툼에 개입해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포착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검찰 직원 출신인 이 운전기사는 하위직 공무원 수입에 비해 지나치게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검찰 간부 출신인 대법관을 수행한다는 점을 내세워 법조브로커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김오수)는 A대법관의 운전기사 심모씨가 서울 용산역 앞 집창촌 재개발조합 부조합장 신모씨로부터 4,500만원을 받은 혐의를 포착해 지명수배했다고 24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심씨는 신씨와 갈등을 빚어온 재개발조합장 등이 구속될 수 있도록 힘을 써주겠다며 신씨에게 돈을 요구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수사팀은 최근 심씨를 체포하기 위해 주소지인 경기 김포시의 한 아파트를 덮쳤으나, 심씨는 수사의 단서가 될만한 물건을 모두 치워버리고 달아난 뒤였다.
검찰은 심씨가 고급 승용차 2대와 승합차 1대 등 총 3대의 차량과 대형 평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등 수입에 비해 과한 생활을 해온 것으로 미루어 심씨가 이 사건 외에 다른 사건에도 개입한 전문 법조브로커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A대법관이 검찰 고위직으로 재직할 때부터 수행한 심씨는 검찰 직원 출신으로, 이번 사건 수사를 맡은 서울서부지검에도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심씨는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올해 8월 대법원에 돌연 사표를 제출, 검찰 내부에서 수사 기밀이 새나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심씨의 금품 수수 사실은 검찰이 재개발조합 부조합장인 신씨가 재개발 관련 업체로부터 거액을 받은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신씨가 “건축설계를 변경해 값싼 자재를 쓰도록 도와주겠다”는 명목 등으로 도시정비업체와 건축설계사 사무소로부터 3차례에 걸쳐 5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확인, 신씨를 상대로 돈의 사용처를 추궁한 끝에 “나와 불편한 관계인 조합장이 구속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심씨에게 돈을 줬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앞서 신씨는 조합장이 재개발 시공사와 유착 의혹이 있다며 조합장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오히려 자신의 금품수수 혐의가 드러나 이달 초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용산 집창촌 재개발조합 비리에 대한 수사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구속된 신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조합 간부들이 설계 변경과 건축자재 ‘바꿔치기’를 도와준 대가로 건설사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조합 간부들은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검찰은 재개발사업 시공을 맡은 S사 관계자를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용산 집창촌 재개발 예정지는 국철 용산역과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을 끼고 있는 요지로, 이곳에 들어설 40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은 고층부에서 한강 조망도 가능해 강북의 타워팰리스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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