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G, 악사, ING, 아비바, 매뉴라이프, 메트라이프, 푸르덴셜 등 회사들의 공통점은?
물론 내로라하는 외국의 대형 보험사들이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다. 이들이 파는 것은 보험상품만이 아니다. 거대 보험그룹을 형성해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을 자회사로 둬 고객들에게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무기로 이들 회사들은 세계 금융시장에서 대형 은행들과도 당당히 경쟁하고 있다.
미국 경제잡지 포춘이 매출액 기준으로 선정한 '2007 글로벌 500대 기업'을 살펴보면 대형 보험그룹의 위용이 잘 드러난다. 500개 기업 중 보험회사는 무려 45개.
네덜란드의 보험 그룹 ING가 매출액 1,582억7,400만달러로 13위를 차지해 은행을 포함한 전체 금융회사에서 가장 순위가 높다. 프랑스 최대보험그룹 악사(15위), 독일의 알리안츠(19위), 미국의 AIG(23위)도 최상위권에 올라서 있다.
또다른 경제잡지 포브스의 '2007 글로벌 2,000대 기업'랭킹에서도 결과는 비슷하다. 2,000개 기업 중 보험사는 무려 114개. AIG(6위), ING(10위), 알리안츠(15위) 등이 최정상권에 들어있다.
은행이 포춘 500대 기업 중 60개, 포브스 2,000대 기업 중 300여개인 것을 감안하면 보험사들은 은행과 나란히 어깨를 걸고 세계금융시장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보험그룹들이 이 같은 위상을 차지하게 된 것은 1990년대 후반. 선진국 보험시장이 성숙단계로 접어들어 자체 성장의 한계에 부닥치자 적극적으로 인수ㆍ합병(M&A)을 통해 규모를 키우게 됐다.
세계적 재보험사 스위스리에 따르면 1998~2004년 중 상위 12개 글로벌 생명보험그룹의 M&A실적은 무려 130건이었고, 인수 보험료는 1,039억1,300만달러였다.
인수보험료 기준으로는 AIG가 244억7,000달러(12건)로 가장 많았고 ING(130억9,900만달러ㆍ6건)가 다음 순위를 차지했다. 건수로는 영국 최대 보험그룹인 아비바 21건, 캐나다의 매뉴라이프 16건, 미국의 메트라이프 14건 순이었다.
이 같은 연쇄적 대형M&A의 결과 AIG는 보험료 기준 세계시장 점유율을 98년 1.8%에서 2004년 3.6%까지 크게 늘렸고 ING는 1.5%에서 2.5%로, 알리안츠는 1.8%에서 3.0%로 각각 확대할 수 있었다.
M&A의 대상은 보험회사만이 아니었다. 미국 푸르덴셜은 81년과 89년에 증권사, 2002년 변액연금 전문회사, 2003년 기업연금 및 저축은행 등을 차례로 인수해 보험사에서 종합금융그룹으로 변신했다. 푸르덴셜은 이로써 신용카드 발급, 은행 상품 판매, 유가증권 거래 서비스 등 모든 금융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 보험사로 발돋움하려면 무엇보다 대형화가 선결조건이다. 그래야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고, 토털금융서비스도 가능하다. 이런 대형화를 위해선 규제부터 풀려야 한다.
미국의 경우 1933년 마련된 '글래스-스티걸법'에 의해 묶여 있었던 은행과 증권의 업무영역 제한이 99년 '금융서비스현대화법' 제정을 통해 상당수 완화되면서 기업간 M&A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미 은행과 증권 겸업이 허용돼 있는 유럽에서는 90년대 초 유럽연합(EU) 형성을 통해 시장이 통합되면서 역시 M&A가 활성화 됐다.
보험개발원 안철경 연구위원은 "금융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네덜란드에서 ING라는 대형 보험그룹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은 업종간의 규제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며 "국내 보험사들이 업종간 벽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규제가 상당부분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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