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군표 국세청장이 1억원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된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에게서 6,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정씨의 검찰 진술로 불거졌다.
정씨가 정윤재 전 청와대 비서관의 주선으로 건설업자의 뇌물을 받고 세무조사를 무마해 준 사실이 드러났을 때부터 제기된 국세청장의 개입 의혹이 구체화한 것이다.
검찰은 짐짓 신중한 자세지만, 정권의 '빅4'로 불리는 현직 국세청장이 권력형 비리에 얽힌 의혹은 청와대 비서관의 경우에 비할 수 없이 중대하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은 의혹 규명을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씨는 건설업자 김상진씨의 뇌물 1억원을 받은 지난해 8월 이후 4~5차례에 나눠 국세청장 집무실에서 전군표 청장에게 6,000만원을 주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돈을 준 이유는 자신의 인사 청탁을 위해서라고 진술, 세무조사 무마 뇌물을 곧장 상납했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실제 6,000만원에는 김씨의 청탁 뇌물과 출처가 다른 돈이 절반 가량 섞인 모양이다. 따라서 정 전 비서관 사건과 무관한 국세청 내부의 관행적 비리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돈을 준 시기와 장소가 오락가락한다는 정씨의 진술은 세무조사 무마를 국세청장과 공모하고, 청탁 뇌물의 큰 몫을 상납한 사실을 숨기려는 의도일 수 있다. 정씨가 구속된 뒤 "1억원은 내 돈이 아니다.
내가 입을 열면 여럿 다친다"고 말했다는 뒷얘기와, 전군표 청장이 정씨 사무실을 압수 수색한 검사에게 "1억원의 용처를 캐지 말라"는 취지로 석연치 않은 당부를 한 사실 등은 이를 뒷받침한다. 정 전 비서관 입장에서도 국세청장을 통해 청탁을 주선하는 것이 권력과 관료조직의 속성 상 편리하고 상식에 가깝다.
지금껏 드러난 모든 정황에 비춰 전군표 청장이 정윤재 사건에 처음부터 연루된 의혹을 규명하는 엄정한 수사가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현직 신분을 벗어나게 하는 것이 검찰은 물론이고 국세청 조직에도 바람직하다. 청와대가 "검찰수사를 지켜보자"며 본인의 입장만 확인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떳떳하지 못한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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