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사건 수사를 맡고있는 도쿄(東京) 경시청은 일단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 정부에 보고서 제공을 요청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경시청은 보고서 내용을 정밀 분석한 뒤 범행에 가담한 당시 중앙정보부 요원들에 대한 진술 청취 등도 검토하고 있다. 범행 관련자가 밝혀지면 체포 감금 등의 혐의로 입건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973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납치되자 경시청은 도쿄 고지마치(麴町) 경찰서에 수사본부를 설치, 100명이 넘는 대규모 수사인력을 투입해 수사에 착수했고 그 해 9월 납치현장에서 당시 김동운 주일 한국대사관 1등 서기관의 지문을 채취, 출두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결국 한일 양국의 정치적 봉합으로 1983년 8월에 수사본부는 해체됐다. 현재는 경시청 공안부의 담당반에서 몇 명 만이 수사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본 언론들은 김대중 납치사건에 대한 진실위의 발표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이고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일본 정부가 주권침해에 대한 한국 정부의 공식 사죄와 수사당국에 의한 관계자 조사를 요구하는 입장이지만 한국 정부가 “조사보고서는 정부 견해가 아니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어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교도(共同)통신은 한일 양국 정부가 한국 당국이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허위의 구도를 전제로 정치적으로 봉합, 진상규명을 보류해왔지만 한국이 방침을 전환함으로써 그동안 불투명한 외교 처리에 응해온 일본 정부의 자세가 도마에 오르게 됐다고 지적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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