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유격수 이대수(26)는 23일 SK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 앞서 서울의 한 병원을 찾아 진통제를 맞았다.
주사를 맞고 약도 먹고 물리치료까지 받았지만 여전히 왼 무릎은 칼로 찌르는 듯 욱신거렸다. 이대수는 지난 17일 한화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수비 도중 고동진과 부딪혀 왼 무릎 인대를 다쳤다. 22일 1차전에 나올 수 없었던 이유다.
이런 이대수가 인천 문학구장서 벌어진 2차전에 선발 유격수 겸 7번 타자로 출전했다. “여기까지 어떻게 올라왔는데 앉아서 보고만 있을 수 있나요? 몸이 부서지더라도 뛰어야죠.” 이대수는 이를 악물었다. 전날 군산에서 올라온 아버지 이재영(56)씨와 어머니 박순자(51)씨는 아들이 안쓰러워 어쩔 줄 몰랐다.
“하루 더 쉬는 게 어떠냐?”는 부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대수는 다시 뛰었다. 아픈 무릎에도 이름(大守)답게 크게 지켰다. 이대수는 2-2이던 4회말 1사 1루에서 박경완의 좌전안타성 타구를 넘어지면서 원바운드로 걷어내 실점 위기를 넘겼다.
수비가 잘 되자 방망이에 행운도 따랐다. 이대수는 3-3이던 6회초 2사 2ㆍ3루에서 상대 선발 채병용과 풀카운트 씨름 끝에 텍사스성 중전안타를 뿜었다. 이 사이 고영민과 김동주가 모두 홈을 밟아 스코어는 5-3이 됐다. 후속 채상병의 적시타 때는 혼신의 힘을 다해 홈을 파고 들었다. 이대수는 공수에 걸친 맹활약으로 2차전 MVP의 영광을 안았다. 두산의 6-3 승리.
경기 후 이대수는 “시골에서 고생하신 부모님 앞에서 잘하고 싶어서 출전을 자청했다. 아프지만 끝까지 참고 뛰어서 우승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1, 2차전을 싹쓸이 한 두산은 5연승으로 포스트시즌 최다연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90년 삼성과 2003년 SK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5연승한 적은 있지만 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5승 무패의 신바람을 낸 건 두산이 처음이다.
두산은 남은 4경기에서 반타작만 해도 82, 95, 2001년에 이어 통산 네 번째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한다. 지난해까지 25년 동안 1, 2차전을 내리 이긴 팀은 11번 모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두산 선발 랜들은 5이닝 3실점으로 불안했지만 타선의 도움을 받아 승리투수가 됐고, 올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인 고졸 루키 임태훈은 6회말 무사 1ㆍ2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4이닝 1피안타 무실점의 눈부신 호투로 한국시리즈 최연소(19세25일) 세이브를 따냈다. 종전 기록은 현대 김수경이 1998년 10월24일 LG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서 기록한 19세2개월4일.임태훈의 강속구와 각도 큰 슬라이더에 묶인 SK 타선은 경기 후반 이렇다 할 반격의 기회조차 잡아보지 못했다.
초반 분위기는 SK가 잡았다. SK는 1회말 이호준의 2점 홈런으로 앞서나가며 전날의 패배를 설욕하는 듯했다. 그러나 두산은 3회 고영민의 투런포로 균형을 이룬 뒤 5회 채상병의 솔로포로 역전했다. 3-3이던 6회에는 이대수와 채상병의 잇단 적시타로 3점을 얻으며 승부를 갈랐다. 두산은 6점 중 5점을 2사 후에 얻는 무서운 집중력을 보였다.
두 팀은 24일 하루 쉰 뒤 25일부터 장소를 두산의 안방인 잠실로 옮겨 3~5차전을 치른다.
인천=이상준기자 jun@hk.co.kr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 양팀 감독의 말
▲ 두산 김경문 감독 "선수들 똘똘 뭉쳐 경험 부족 극복"
중요한 경기를 이겨 시리즈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 엎치락 뒤치락 하는 게임에서 선수들이 똘똘 뭉친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마운드에서는 임태훈, 타선에서는 이대수가 잘해줬다. 6회 홍성흔에게 스리번트를 지시하지 않았는데 찬스를 연결하려고 스스로 한 것이다.
김동주 안경현 홍성흔 고참 3명이 중심이 돼서 큰 경기 경험이 없는 젊은 선수들을 잘 이끌어주고 있다. 2승을 올렸지만 잊고 3차전에 대비하겠다.
▲ SK 김성근 감독 "투수 교체 타이밍 놓친 것이 패인"
투수 교체 타이밍을 놓친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다. 선수들은 대체적으로 잘 했는데 벤치가 잘못했던 것 같다. 보내기 상황에서 강공을 선택했는데 진루타가 나오지 않아 공격이 꼬였다.
6회에 채병용의 컨트롤 실수로 김동주를 몸에 맞는 볼로 출루를 허용한 것이 실점으로 연결돼 아쉬웠다. 생각보다 타선의 응집력이 좋지 않다. 4승해야 시리즈를 이기는 것이기 때문에 2연패했다고 낙담하지 않고 앞으로 남은 경기를 준비하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