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우엘벡 / 문학동네"난 잊혀질 것이다. 아주 빨리 난 잊혀질 것이다"
근래 몇 년간 읽은 소설 중에서 프랑스 작가 미셸 우엘벡(49)의 작품만큼 강렬한 인상이 남았던 것도 드물다. 우엘벡의 최근작 <어느 섬의 가능성> (2005)이 막 번역됐다는 소식을 듣고, 2002년 국내 출간됐던 그의 <플랫폼> 을 떠올린다. 플랫폼> 어느>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태국으로 패키지 매춘관광을 떠나는 40대 독신의 프랑스 문화부 공무원인 ‘나’. 나는 퇴근 후 핍쇼를 보며 성욕을 해소하고 TV채널을 돌리는 것이 유일한 낙인, “우리 앞으로 권태의 들판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고 생각하는, “삶에 열정다운 열정을 갖지 못한” 인간이다.
나는 태국관광에서 만난 여행사 직원 발레리와 프랑스로 돌아온 후 격렬한 육체적 사랑에 빠지고, 함께 세계적인 섹스관광업체를 만들려는 계획을 진행하는데,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태국 리조트에 가한 테러로 발레리는 목숨을 잃고 나만 살아남는다. <플랫폼> 의 대강의 줄거리다. 플랫폼>
우엘벡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이다. 성 풍속의 변천과정을 중심으로 ‘서구의 자멸’을 해부했다는 평가를 받은 <소립자> (1998) 이후 그는 현대사회의 실상과 그 속에서 잊혀져갈 뿐인 개인의 실존을 가장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작가라는 찬사의 한쪽으로, 파시스트적인 인종ㆍ종교차별주의자이며 한마디로 나쁜 작가라는 혹평을 듣는다. 소립자>
<플랫폼> 도 포르노에 반이슬람적이라는 비난이 있는가하면, 그가 소설 데뷔작 <투쟁영역의 확장> (1994)에서 그렸듯 경제적 영역뿐 아니라 성(性)의 영역에서도 경쟁상태에 내몰린 현대인의 지옥 같은 삶을 묘사한 수작이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투쟁영역의> 플랫폼>
어느 쪽이든 우엘벡이 지독한 냉소로 펼쳐놓는 현대문명에서의 삶, 그것을 지배하는 욕망의 구조에 대한 경멸어린 통찰은 그의 소설에 ‘문제적’이라는 수식어를 빠트릴 수 없도록 만든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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