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측이 또 다시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 김경준씨에 대해 한국 송환 연기 신청을 낸 것으로 확인돼 정치권이 ‘이 후보의 이중 플레이’논란에 휩싸였다.
범 여권은 22일 “이 후보의 겉과 속이 다른 위선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일제히 공격했고, 한나라당은 “범 여권은 미국의 법 절차부터 제대로 알고 비판하라”며 이중 플레이 주장을 반박했다.
대통합민주신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확대간부 회의에서“이 후보가 ‘김씨는 귀국해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어느 정도 진실성에 희망을 걸었었다”며 “하지만 또 다시 송환연기 신청을 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소름이 끼칠 만큼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낙연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이 후보측이 김씨의 귀국과 관련해 또다시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김씨 귀국을 둘러싸고 이 후보는 ‘빨리 귀국하라’는 등 듣기 좋은 말을 계속하지만 이 후보의 변호인은 김씨 귀국을 저지하려는 노력을 미국에서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도 “이 후보의 이중플레이는 BBK 의혹과 관련해 떳떳하지 못함을 반증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사건의 전말을 설명하며 진화를 시도했다. “이전 신청이 기각되자 미국 변호사들이 소송 승소를 위해 법률적 절차를 다시 밟은 것이고, 이는 김씨에 대한 민사소송 증인신문 절차를 마치게 해 달라는 것이지 송환 시기와는 관계 없다”는 것이다. 박 대변인은 또“미 국무부가 김씨를 한국으로 보내도 한국에서 증인 신문은 계속할 수 있다”며 “따라서 김씨를 붙잡기 위해 절차를 밟은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기획 귀국설’을 흘리며 역공을 시도했다. 박 대변인은 “왜 하필 지금이냐. 누가 사주한 것이냐. 김씨의 송환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지 않는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정두언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김씨가 대선 직전에 귀국하려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며 “배경에 신당 정동영 후보측이 개입돼 있다는 것은 웬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후보측의 진화노력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내에서도 고개를 갸웃대는 분위기가 있다.
처음 이 후보측이 김씨에 대해 송환 연기 신청서를 미 법원에 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던 게 12일이었다. 당시에도 이 후보측은 ‘이중플레이’의혹을 받았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 다시 같은 행태가 되풀이 됐다. 한 당직자는 “처음에야 미국 변호사들이 일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 쳐도 두 번째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이 후보측의 해명은 “미 변호사들이 또 그렇게 할 줄은 몰랐다”이다.
당 안팎에선 “김씨가 한국으로 들어와 봐야 좋을 게 없다”는 이 후보측의 속내가 영향을 미친 게 아니겠느냐는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 한 핵심 관계자는 “이 후보와는 달리 실무진들은 김씨가 국내에 들어와서 무슨 소리를 할지 모른다는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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