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끝난 중국 공산당 17차 전국대표대회(17전대)는 전환기 중국 정치의 새 흐름, 즉 공산당 내 파벌 경쟁을 선명하게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17전대 개막 전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파,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상하이방(上海幇) 등 파벌들의 치열한 투쟁으로 새 지도부 구도를 예상하는 것마저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21일 선출된 204명의 당 중앙위원 명단을 보면 각 파벌은 권력지분을 적절히 나눠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신화통신은 “집단영도체제가 당의 과학화와 민주화를 촉진한다”며 “마오쩌둥(毛澤東) 1인 개인 권력 독점이 문화대혁명이라는 오류를 남겨 집단지도체제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 당원들의 공통된 인식으로 자리잡게 됐다”고 밝혀 파벌간 힘의 균형을 특징으로 하는 집단지도체제의 색채가 강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상하이방과 태자당을 대표하면서 후 주석을 견제해온 쩡칭훙(曾慶紅ㆍ68) 국가 부주석이 중앙위원 명단에 빠지면서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퇴진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저우용캉(周永康) 공안부장 등 상하이방 인사들이 쩡의 빈자리를 채울 것이 확실하다. 또 왕양(汪洋) 충칭(重慶)시 서기 등 후 주석 직계 인사들과 함께 상하이방 태자당 인사들이 중앙위원으로 진입했다. 덩샤오핑(鄧小平) 등 절대 권력자들이 사라진 상황에서 공산당 일당 내에서 다당제적 색채가 짙어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당내 파벌 경쟁은 5세대 지도부의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에서도 확인된다. 22일 열릴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는 시진핑(習近平) 상하이(上海)시 서기와 리커창(李克强) 랴오닝(遼寧)성 당서기를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선출한다. 리커창 서기를 미는 후주석에 맞선 시진핑 서기를 미는 반(反) 후주석 그룹간 타협의 산물이다. 그간 차기 후계자들이 맡아온 국가부주석 자리를 시 서기가 맡을 것으로 예상돼 일단 시 서기가 앞서가는 모양새이지만 시서기와 리서기는 5년간 경쟁을 통해 최종 승자를 가릴 것이다.
이 흐름 속에서 후 주석은 ‘현직 프리미엄’을 이용,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해 확고한 집권 2기의 토대를 깔았다. 5년간 상하이방 인사들에 둘러싸여 고군분투해온 후 주석은 이번에 자신의 과학적 발전관을 당의 이념으로 격상시켰다.
이로써 장쩌민 전 주석의 성장제일 노선 대신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지향해 지역간 계층간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한다는 국정철학을 향후 5년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과학적 발전관의 당장 삽입은 후 주석의 영향력이 향후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후 주석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면서 당내 민주화를 부분적으로 강화했다. 입후보자 탈락률이 5%였던 부분적 경쟁선거를 8%로 확대하고 당내 민주화의 확대를 강조했다. 이 추세는 향후에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이다.
중국 언론들은 국가 경영과 공산당의 미래라는 거시적인 틀에서 이번 전대를 바라본다면 공산당의 국가지배를 강화하는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를 통해 중국을 강국부민(强國富民)한 나라로 성장시키는 국정지표가 제시됐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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