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젊어지려면 중ㆍ고령자들이 일자리가 있어야 합니다.”
노동경제학의 권위자인 남성일(54) 서강대 경제대학원장은 중ㆍ고령자 재취업 문제의 해법으로 이른바 ‘50대 개조론’을 펼쳤다. 남 원장은 우리나라 50대 평균 남성의 모습을 ‘체력은 이미 바닥나고 정신도 늙은 지식사회의 부적응자’로 정의했다.
그는 “현재 노동 시장에는 중ㆍ고령 인력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지만 이를 충족시키기엔 중ㆍ고령 세대의 핵심인 50대들의 체력ㆍ정신ㆍ지식이 너무 뒤떨어져 있다”고 진단했다.
그가 내놓은 해결책은 ‘5060 희망사관학교’다. 50대와 60대 남성을 재교육 및 재무장시켜 직업 활동에 적합한 인재로 거듭나게 하는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재훈련 기관을 만들자는 것이다.
자동차의 낡은 부속을 갈아치우듯, 다양한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수십년간 직장 생활로 지친 50대와 60대에 활력을 불어넣어 이들의 ‘인생 이모작’을 돕자는 취지다. 희망사관학교의 지향점은 분명하다. 50대 입소자의 경우 건강은 30대 후반, 정신은 30대 초반, 업무 지식 능력은 30대 중반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다.
하지만 남 원장의 희망사관학교는 아이디어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고령화 사회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희망사관학교를 만들 돈과 조직이 없기 때문이다. 남 원장은 “몇몇 대기업과 복지 관련 재단에 의사를 타진했는데, 모두 ‘뜻과 계획은 좋다’면서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선뜻 나서지 않는다”며 안타까워 했다.
중ㆍ고령자들의 활발한 재취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의 임금시스템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 나이와 근무 기간이 길수록 임금을 많이 받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직무와 능력 위주의 성과형으로 바꿔야 하는 작업이다.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에서 기업은 ‘임금은 많이 받고 업무 효율성은 떨어지는’ 중ㆍ고령자들에게 많은 부담을 느끼기 마련이다. 이때문에 기업은 중ㆍ고령 재직자들을 구조조정 대상 1순위로 올리고, 채용 때도 중ㆍ고령 구직자들을 꺼린다.
기업들은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선뜻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임금체계 개편은 고용 불안과 구조조정으로 이어진다”는 노조의 반발 때문이다. 남 원장은 “노조의 반발은 이익단체로서 당연한 대응”이라며 “임금체계 개편은 법으로도 풀지 못하기 때문에 기업이 노조를 강하게 설득해 바꾸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친노동 정책을 펴는 현 정권에서 기업이 용기를 내기는 어렵겠지만, 그렇더라도 임금체계 개편 문제는 무작정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강조했다.
남 원장은 시장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시장경제 전도사’를 자부한다. 그래서 그는 고용 시장을 경직시키는 정부 정책을 호되게 비판했다. “정책의 취지는 좋지만, 정책 수요자인 기업의 부담과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라는 것이다.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강요하고 있는 비정규직 보호법은 비정규직들의 무더기 해고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정부는 또 양극화 해소를 위해 최저임금법 적용 대상을 확대했지만, 이 조치로 인해 오히려 법정 최저임금 이하를 받으면서 열심히 일해 오던 아파트 경비원 등은 실업자로 전락하는 부작용을 낳고 말았다.
남 원장은 “고용 시장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규제는 ‘정규직 안 돼도 좋고, 최저 임금 이하를 받아도 괜찮으니 계속 일할 수 있게만 해달라’고 아우성치는 서민들의 일자리만 빼앗은 꼴이 됐다”며 “이렇게 노동 시장을 경직시키는 규제 때문에 피해를 보는 쪽은 결국 고령자 여성 등 취업 취약계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정책은 현재 중ㆍ고령자를 고용한 기업에 고용보험 분담금을 줄여주는 등의 인센티브를 주기 보다는 그렇지 못한 기업에 페널티를 주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남 원장은 재취업을 준비하는 구직자를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기대 수준을 낮추고, 기업이 원하는 몸과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며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체력 테스트를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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