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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예술혼의 현장을 엿보다

입력
2007.10.2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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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작업실이 미술관으로 이사를 왔다.

각각 강화도, 군산, 이천에 있는 김주호(58), 이건용(65), 박한진(69) 작가의 작업실을 전시장으로 옮겨와 보여주는 작가 재조명전 ‘쉬지 않는 손, 머물지 않는 정신’이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서울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랜 세월 상업적 성공이나 유행과 불화하면서도 묵묵히 자기 세계를 지켜온 작가들의 예술혼을, 재현된 작업실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현대미술을 가까이서 호흡할 수 있도록 기획된 전시다.

자고로 작업실이란 매끈한 완성품밖에 볼 수 없는 수용자들에게 그 제작과정을 들여다보고픈 관음의 욕구를 자극하는 공간. 이번 전시는 완성된 작품뿐 아니라 수많은 밑그림과 작업도구, 소파, 책상, 책장과 작가의 기호품까지 고스란히 전시장으로 가져와 무엇이 작품을 만들어내는가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세 작가는 완벽에 가깝게 재현된 새 작업실에서 뜻깊은 ‘작업 퍼포먼스’도 벌인다. 작업실로 꾸민 메인 전시실 옆으로는 작품만 모아놓은 작은 전시실이 이어진다.

제1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김주호는 따스한 일상의 모습을 종이, 흙, 나무 등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빚어내는 작가. 전시실엔 과장된 신체비례가 유쾌한 테라코타 인물상 등 해학적이고도 만화적인 작품들이 가득하다. 팝아트적인 발랄함 속에서 유머로 건드리는 촌철살인의 시대비평이 인상적이다.

한국 개념미술의 전위였던 행위예술가 이건용은 작가의 신체행위를 통해 세계에 대한 지각 인식을 화폭에 옮기는 ‘신체 드로잉’ 작품들과 바닥에 쭈그려 앉아 백묵으로 선을 그리며 나아가는 퍼포먼스 ‘달팽이 걸음’ 등을 보여준다. 작가가 ‘세계를 지각하는 나의 몸’으로 구현한 다양한 작품들은 “예술은 패션이 아니라 정신”이라고 신봉하는 그의 믿음을 증거한다.

지극히 사소하고 부분적인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서양화가 박한진은 폐차시킨 자동차를 오브제로 한 설치작품 ‘소멸과 생성’ 연작과 미완의 여백이 숨통을 터주는 회화 ‘내촌리 풍경’ 시리즈 등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소마미술관의 손성진 큐레이터는 “세 작가 모두 작업실을 보지 않고는 우리가 그 세계를 온전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는 분들”이라며 “현장에서 창작의 순간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의 내막을 살포시 걷어낸 이번 전시는 내년 1월 6일까지 계속된다. 관람료는 성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 월요일은 휴관. (02)425-1077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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