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의 가치 하락 등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다시 무섭게 오르고 있다. 지난 주말 미국산 서부텍사스중질유는 한때 배럴 당 90달러를 돌파, 유가 100달러 시대가 그리 멀지 않았음을 예고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 입장에서 유가 상승 충격은 그대로 경제 전반을 강타하기 마련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국정감사 답변을 통해 "원유 가격을 배럴 당 70달러로 봤으나 최근 90달러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유가가 90달러에서 장기화한다면 소비자물가는 0.4~0.5%포인트 오르고 성장률은 반대로 0.4~0.5%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장 물가에 미칠 악영향이 우려된다.
세계 경제는 중국이 주도하는 저물가 시대가 끝나고, 저금리로 인한 과잉유동성의 부작용으로 인플레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국내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제 각국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과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그러한 인플레의 도래 시기와 강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위협 요인이다.
국내에서도 올들어 꾸준히 오른 기름값은 물가불안을 재촉하고 서민가계에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다. 휘발유 시판가격에 세금 비중이 60%를 넘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이야말로 유류세를 인하해 국민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정부의 도리다.
더구나 올해 11조원의 세금 초과 징수가 예상되는 만큼 인하 여력도 충분하다. 그러나 기름으로 한 해 23조원을 넘는 세수를 챙기는 재미에 푹 빠진 정부는 소비를 줄이는 길밖에 없다며 국민 탓만 한다.
석유 의존도를 줄여나가기 위한 장기적인 국가 차원의 에너지대책에 대한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 지구 온난화를 막아야 한다는 지구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으로 꼽히는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규제는 날로 강해지는 추세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대체 에너지 개발 같은 대안 마련이 시급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형식적 수준에 그치고 있으니 에너지 수급의 앞길이 캄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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