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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선생의 잠 못드는 밤] '전어' 가을미각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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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선생의 잠 못드는 밤] '전어' 가을미각의 행복

입력
2007.10.2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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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란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며 일손이 안잡혀 한숨만 퍽퍽 쉬고 있던 하루. 나지막하게 전화벨이 울린다.

“오빠 오늘 볼래?”

“미안… 오늘 좀 쉴까 하는데.”

“오빠 요즘 부쩍 힘들어 한다. 가을 타나? 그러지 말고 우리 주말에 바닷바람도 쏘일 겸 전어축제 보러 가자!”

주말 오전에 도착한 서해안의 서천 홍원항은 입구부터 현란한 문구들로 새겨진 플랜카드가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처럼 즐비했다. 게다가 사람들은 오전 일찍부터 신선한 전어를 먹겠다고 굳은 결심이나 하고 왔는지 눈빛 하나하나 대충 흘기는 게 없어 보인다. 축제 장 입구에서 본 부두는 사람 반 전어 반, 기분 좋은 활기로 흥청거린다.

부두 주변은 크고 작은 형형색색의 천막 아래 전어시식회, 수산물경매, 전어잡이 배가 하역 작업을 하는 모습이 서해바다의 풍경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잠시나마 이런 북적대는 광경에 취하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한참을 구경 다니는데 웬 아주머니가 호객 행위를 하시는지 우리를 보며 수선스럽게 입을 열었다.

“거기 아가씨! 오빠하고 같이 전어구이 한번 먹고 가! 구경만 말고 일단 한번 잡숴 봐! 집 나간 며느리도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엔 냉큼 돌아온다는 말이 있어.”

“하하, 그래요? 넘 웃긴다. 우리 여기서 먹고 갈까?”

입심 좋은 아주머니의 손에 이끌려 천막 안으로 들어서자 온통 전어 굽는 연기와 냄새에 잊고있던 시장기가 몰려 왔다. 앉자마자 묻지도 않고 테이블 위에 척 내놓는 아주머니의 전어구이는 우릴 기다렸다는 듯이 노릇노릇 잘도 구워져 있었다. 전어 한 마리에 행복이 입 안 가득 채워져 가슴으로 느껴졌다. 연인과 오손도손 먹는 전어구이의 맛, 이게 행복인가 싶다.

전어가 가을에 맛이 풍부하고 제 철인 것은 봄여름 사이에 산란기를 마치고 긴 겨울을 나기 위해 많은 영양분을 몸에 저장하기 때문이다. 살이 오르고 지방질이 풍부한 상태. 그래서 가을 이맘 때 전어는 봄철에 잡은 전어보다 불포화지방산이 약 5배나 더 많다고 한다. 가을 전어는 맛도 좋지만 영양도 뛰어나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전어에는 다량의 불포화지방산이 들어 있어 우리 몸 속의 혈중 콜레스테롤을 줄이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뼈째 아작아작 씹어 먹기 때문에 부족한 칼슘섭취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물론 가을이면 뜬금없이 찾아오는 센티멘탈리즘을 극복하는 데도 최고다.

■ 전어구이

재료

전어 6마리, 껍질 콩 100g, 라임 1개, 올리브오일 적당량, 굵은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전어는 깨끗이 손질하여 씻고 껍질 콩은 깨끗이 씻어 끓는 물에 삶아 데친다.

2. 석쇠에 1의 전어를 올리고 올리브오일을 붓으로 발라 한두 번 뒤집어 노릇하게 굽는다.

3. 2의 구운 전어에 라임을 씻어 즙을 낸 후 소금과 함께 곁들이고 1의 데친 껍질 콩을 함께 먹는다.

박용일 푸드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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