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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네거티브' 경계경보

입력
2007.10.2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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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50%, 16%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대략 3대 1이라는 지지율의 차이도 눈에 띄지만, 이 후보가 역대 대선에서 어느 후보도 누리지 못한 50%의 지지율 고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는 것은 올 대선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할 만하다.

이처럼 유권자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있는 한 자신의 강점을 부각해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포지티브 전략의 효과는 제한된다. 일정한 득표가 예상되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등의 존재를 생각하면, 아무리 스스로의 지지율을 끌어올려도 대선 승리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합신당 정 후보로서는 이 후보의 약점을 때리는 네거티브 전략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후보 수락연설로 포문을 연 이래 연일 이 후보를 공격하고 있는 정 후보의 자세로 보아 전략적 선택이 끝난 듯하다.

● DY의 선공, MB의 역공

바로 이 때문에 이번 대선은 어느 때보다 격렬한 네거티브 공세와 이에 반발하는 역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어느 선거에서나 네거티브 전략은 활용됐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색깔론' 공세나 이회창 전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병풍(兵風)' 공세 등이 좋은 예다. 그러나 과거의 네거티브 공세가 보조적 수단이었던 반면 이번에는 주된 수단이 되리라는 점에서 다르다.

네거티브 공세는 이미 불이 붙었다. 먼저 치고 나온 쪽은 정 후보였다. 그는 이 후보의 경제정책을 '20%만 잘 살고 80%는 버려지는 정글 자본주의'라고 비난했다.

정계 입문 이후 중요한 고비 때마다 정확한 선택으로 승승장구, 'DJ의 대안'으로 부상한 정 후보다운 착상이다. 한나라당의 '보수' 이미지를 일깨움으로써 보수의 근본이념의 하나인 '시장주의'의 약점을 파고 들었다.

이에 맞서 이 후보는 이번 대선을 '말 잘하는 세력과 일 잘하는 세력의 싸움'이라고 규정하는 한편 정 후보는 결국 국민적 실망을 부른 노무현 정권의 '후계자'임을 일깨웠다.

이렇게 시작된 공방전은 '금산분리 완화' 대 '원칙 고수' 등으로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언뜻 보수와 진보의 본격적 대결을 연상시키지만 한국사회의 실상에 비추어 알맹이 없는 말싸움일 뿐이다.

약육강식 상태의 '정글 자본주의'는 더 이상 존재하지도, 존재할 수도 없는 시장 원리주의의 다른 이름이다. 헌법이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 존중'과 함께 '적정한 소득 분배'와 '시장지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를 규정, 시장 원리주의를 수정한 '사회적 시장주의'를 지향점으로 삼았듯, 이 땅에서 시장 원리주의의 도입을 주장할 수는 없다.

필연적으로 시장의 순기능까지 압살하고 마는 완전한 평등 분배를 주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또 한국사회의 이념ㆍ노선 분화가 선명한 것도 아니다. 각종 국민의식 조사에서 볼 수 있듯, 국민 대다수의 의식은 보수와 진보의 양쪽 끝과는 거리가 먼 중간에 몰려있다.

대선후보들도 좌우로 약간씩 떨어져 중앙점 부근에 모여있다. 특히 정 후보를 포함한 열린우리당 탈당파들이 국민 지지를 회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강조했던 '실용주의 노선'이 아직 유효하다면 더욱 그렇다.

더구나 'IMF 위기'로 경제 후퇴가 사회 저층에 어떤 부담을 지우는가를 똑똑히 목도한 마당에 '성장이냐, 분배냐'의 논란도 부질없다. 어느 정도의 성장이 이뤄지지 않는 한 분배 자체가 불가능하고, 창의적 노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분배는 지속적 성장의 바탕이 된다는 게 상식으로 굳어졌다.

● 가짜 이념ㆍ노선 대결

상식과 동떨어진 현재의 '가짜 대결'은 정 후보에게 상대적 이익을 안겼다. '범여권 단일 후보'도 아닌 상태에서 이 후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대통령까지 보수주의 비난에 나섬으로써 이념ㆍ노선 공세의 가열을 예고한 마당이다. '가짜 대결'에 현혹되지 않을 유권자의 깨어있는 의식이 절실하지만 구체적 정책이 밝혀질 때까지 후보 선택을 유보하는 것도 방법일 듯하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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