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무소속 출마설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돌아 관심을 끌고 있다.
출마설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범 여권의 격한 네거티브 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지지율이 급락할 경우에 대비, 이 전 총재가 새로운 보수세력의 구심점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요지다.
공교로운 것은 이 전 총재가 이에 대해 강한 부정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전 총재는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가디자인연구소 개원 1주년 세미나에 참석, "이번 대선에 직접 출마할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정권교체를 위해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조연설에서 "선진국이 되기 위해 먼저 정직한 사회, 원칙과 룰이 존중 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아무리 돈을 많이 벌고 경제강국이란 말을 들어도 거짓과 허장성세가 판을 치고 정직하게 원칙과 룰을 지키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사회는 후진국이지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듣기에 따라선 이명박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앞서 이 전 총재는 2002년 대선에서 자신을 도왔던 교수들과 최근 식사를 함께 했는데 이 자리에서 일부 교수가 이 전 총재의 출마를 요청하며 정책준비에 나서기로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지난해 8월 결성된 '충청의 미래'회원들이 23일 이 전 총재를 대선후보로 추대하는 대회를 가질 것이라는 소문도 나돈다.
출마설에 대해 이 전 총재 측근들은 매우 신중한 반응이다. 한 측근은 "총재 주변에서 일부 그런(출마)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그것이 곧 이 전 총재의 생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일단 주변의 권유는 강하다는 뜻이다.
물론 현재까지 출마설에 대한 정치권의 시각은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쪽이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은 "이 전 총재가 출마할 상황과 여건이 쉽게 만들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수많은 변수를 감안할 때 무모한 선택을 할 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이명박 후보는 이날 이에 관해, "그러냐. 경쟁자가 한 명 늘었다"며 "그러나 나는 그렇게(출마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