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혁신은 85점짜리가 적당하다. 나머지는 여백으로 둬야 한다."
성공한 '개방형 공직자'인 박종구 과기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급)이 19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찬회에서 행정과 개혁, 지도자론에 대해 강연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막내 동생인 그는 아주대 경제학 교수로 있던 1998년 정부 개방직 공모를 통해 기획예산위원회 공공관리단장(국장급)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개방형 공직자 가운데 최장수(10년차)이자, 최고위직(차관급)까지 올랐다.
박 본부장은 먼저 행정에 대해 "4각의 뒤주에서 바가지로 쌀을 퍼내는 것과 같다"고 했다. "퍼내고 남은 구석의 쌀까지 손가락으로 후비면 불필요한 저항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또 "공직업무는 강하게 밀어붙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퇴로'를 열어놓고 이해관계를 조정할 것을 주문했다.
개혁에 대해선 조선시대 조광조의 실패를 예로 들고 "개혁후퇴와 개혁 피로증이 생기는 100점짜리보다 15점 정도를 여유와 융통성을 남겨 두는 게 좋다"고 했다. 그는 이어 "공직자가 힘을 가지면 권력을 이용하게 마련"이라면서 "주어진 권력의 120%를 쓰면 권위적이 되니 80%만 쓰라"고 했다.
박 본부장은 상사의 능력과 덕목으로 위기관리 능력, 인재양성, 비선조직 지양, 개인의 품격 업그레이드 등을 들었다. 특히 상사는 "정확한 결정 타이밍과 진퇴의 시기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앙부처 국장들의 경우 평균 1년 임기라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않아 타이밍을 놓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박 본부장은 상사에게 필요한 '이슈의 단순화' 능력을 보유한 공직자로 한덕수 국무총리를 꼽았다. 또 지연, 학연 중심의 인맥구축을 배제해 경쟁력을 높인 사례로 이병철 전 삼성 회장의 '고향, 친인척 배제론'을 소개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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