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재판에서 최선을 다해 해명하면 마지막으로 역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18일 오후 7시10분께 부산구치소로 가기 위해 부산지검 당직실을 나서던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실세 정윤재(43)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입술을 앙다문 모습이었다.
386 운동권에서 국무총리 민정비서관,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거쳐 지역구 국회의원을 꿈꾸다 나락으로 떨어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 정씨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내가 왜 구속이 돼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정씨는 “대한민국 검찰과 언론, 정말 대단하고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구속을 위해 전방위 수사를 편 검찰과 언론의 폭로성 보도에 불만을 나타냈다. 정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국민과 대통령님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고, 사랑하고 존경하는 이해찬 총리님과 우리당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정씨는 “무엇이 이 지경까지 오게 했는지 납득할 수 없다”는 말을 남기고 구치소로 향하는 승용차에 몸을 실었지만 비운의 전초는 한림토건 대표 김상진(42)씨와의 만남이었다.
7월16일 부하 직원들과의 고소사건으로 검찰에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풀려난 김씨가 세무조사 무마를 위해 만나려던 정상곤(53ㆍ구속) 전 부산국세청장을 연결해주고, 김씨가 정 전 총장에게 뇌물을 건네는 날 저녁 자리에 동석하면서 정씨는 의혹의 중심인물이 됐다.
정씨는 “정 전 청장에게 김씨를 만나달라는 민원전화를 한 사실 밖에 없다”고 해명했지만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져갔다. 김씨와 5년여 전부터 잘 알고 지낸 사이였고, 2,000만원의 정치후원금까지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더구나 김씨로부터 지난해 12월31일과 2월22일 1,000만원씩 모두 2,000만원을 받고 자신의 형 회사에 공사를 주게 했다는 혐의까지 받았다.
정씨는 지난달 20일 검찰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을 법원이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고 소명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하면서 일단 고비를 넘기는 듯 했다.
그러나 정씨가 관여하고 있는 부산 지역 봉사단체 이사 J(48)씨로부터 차용약정서도 쓰지 않고 1억원을 빌린 뒤 이자조차 갚지 않은 사실, 지난해 12월31일 당시 집에서 김씨의 돈을 받을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지인들의 공증진술서를 조작한 사실이 검찰 수사결과 드러나면서 결국 구속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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