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투자은행)와 PB(프라이빗뱅커)라는 두 날개로 2020년까지 글로벌 10위권 증권사로 발돋움하겠습니다. "
19일 삼성증권 배호원 사장은 회사 창립 25주년을 맞는 감회가 누구보다 남다르다. 2004년 부임한 그는 이듬 해 전영업 직원의 PB화를 선언하면서 '너무 PB쪽에만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배 사장은 그런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외형 부풀리기보다는 내실 있는 경영에 힘써 왔다. 개구리가 멀리 뛰기 위해 잠깐 움츠려야 하듯이 세계적인 투자 은행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내공을 쌓아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비상을 위한 인고의 시간이 끝난 것일까. 삼성증권은 이날 '2020년까지 자기자본 15조원, 매출 연 10조원 달성'이라는 비전을 선포했다.
그 동안의 PB중심의 자산관리 전문 증권사로 입지를 다져온 전략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삼성증권은 이를 위해 ▦PB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 확보 ▦트레이딩 및 자기자본투자(PI) 확대 ▦IB업무 활성화 ▦ 적극적인 해외 진출 등을 성장 전략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투자은행 업무 확대를 위한 리스크 관리체계 구축, 최첨단 정보기술(IT) 확보, 탄력적 인사제도 운영 등 선진 투자은행형 경영 인프라를 갖추는 데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배 사장은 "자본시장 통합법 시행으로 이제는 글로벌 투자은행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졌다"며 "이들과의 정면승부를 통해 세계적인 증권사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이렇게 자신감을 표시할 수 있는 것은 삼성증권의 저력을 믿기 때문이다. 92년 국제증권을 인수해 '삼성'이라는 명찰을 단 지 20여년동안 삼성증권은 업계를 선도해 왔다.
99년 간접투자문화가 생소하던 시절 업계 최초로 뮤추얼펀드 판매를 시작했고, 2006년 국내 최대규모의 인프라펀드인 MKIF의 대규모 공모와 거래소 상장, 2007년 휠라코리아의 글로벌 본사 인수 시 인수합병(M&A) 자문 등 한국 IB역사에 남는 굵직한 딜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 같은 성과로 2005년 당시 내세웠던 '2010년 자산 100조원'이라는 목표가 이미 가시화한 상태다. 배 사장은 "글로벌 톱 10의 목표는 불가능한 게 아니다"라며 "중국 인도 베트남 등에서 적극적인 자회사 신설과 현지 증권사 인수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금융회사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안형영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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