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을 초대해 내밀한 얘기를 끌어낸다는 게 쉽지가 않아요. 전문 진행자들이 괜히 다른 게 아니야. 월드뮤직 마니아인 조연호 선배가 틀어주는 음악이 방송을 살리고 있어요.”(이기호)
“그런 매끄러움이 오히려 식상해 보이더라고. 연출자로서 기호씨의 어눌한 듯한 진행이 훨씬 좋아요. 우리 방송 취지에도 잘 맞고.”(조연호)
시인 조연호(38)씨가 연출하고 소설가 이기호(35)씨가 진행하는 인터넷 라디오 방송 ‘문장의 소리’가 22일 방송분으로 100회를 맞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문학나눔추진위원회(위원장 김치수)가 운영하는 문학 포털 사이트 ‘사이버문학광장’(www.munjang.or.kr)을 통해 청취할 수 있는 ‘문장의 소리’는 2005년 5월 30일 첫 방송 이래 매주 월요일 업데이트 되고 있다.
초대 문인과의 대화를 주축으로 하는 이 방송엔 지금까지 현기영, 도정일, 신달자, 박범신 등 중진부터 황병승, 한유주, 김미월 등 신진까지 작가 및 평론가 170여 명이 출연했다. “들을 사람이 있을까” 하는 제작진의 우려와 달리 방송이 거듭될수록 게시판에 글을 남기는 애청자의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조연호, 이기호씨는 올해 3월 방송된 70회분부터 제작에 참여했다. 이전까진 희곡작가 최창근씨가 연출하고 시인 김선우(1~13회), 소설가 한강(14~46회), 시인 이문재(46~69회)씨가 진행을 담당했다.
16일 100회 특집 공개녹음 방송 장소인 서울 마포구 여성노동자회관에서 만난 두 사람은 “격식보다는 제작진과 초대 작가가 자유롭게 만들어가는 ‘낙서 같은 방송’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조씨는 “문학은 생래적으로 고독한 작업이지만, 방송을 통해 작가와 청취자가 상호소통하며 문학의 경직성을 풀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방송을 맡은 후 생긴 큰 변화라면 초대 문인의 연령대가 대폭 낮아진 것. 주로 1970년대 태어난 젊은 작가들이 출연하고 있다. 8월 한 달은 등단 1, 2년차 작가 8명을 초대하는 특집 방송 ‘젊은 그들이 온다’를 편성하기도 했다.
이기호씨는 “신작을 낸 젊은 작가 중 예전에 출연한 적 없는 이들을 섭외하는 게 원칙”이라며 “청취자뿐 아니라 아직 주목받지 못한 신진 작가들에게도 힘과 위안이 되는 방송이 되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전임자들과 달리 초대 작가와의 대화를 제외한 코너들을 과감하게 정리한 것도 이런 취지에 따른 결정이다.
이씨는 “주요 청취자인 문학 애호가나 작가 지망생을 위해 게스트에게 습작기의 경험, 모티프 얻는 법, 창작의 노하우 등을 꼭 묻는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방송 제작진이기 앞서 시인, 소설가로서, 동료 작가들의 문학에 대한 진지한 태도와 열정에서 많은 자극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7시부터 진행된 공개 방송엔 1972년생 동갑내기 소설가 편혜영, 시인 안현미, 평론가 복도훈씨가 출연, 관람객 40여 명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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