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 극우인사로 심심하면 망언을 터뜨려 한국, 중국 등 과거사 피해국의 아픈 상처를 건드려온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ㆍ75) 도쿄도 지사가 영화감독으로 전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시하라 지사는 17일 도쿄의 호텔오쿠라에서 열린 제20회 도쿄국제영화제 특별기획 ‘영화가 본 도쿄’ 기자회견에 참석해 “영화가 재미있다. 하루 빨리 정치에서 손을 떼고 감독으로 활동하고 싶다”고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1956년 <태양의 계절> 로 권위 있는 아쿠타가와문학상을 수상한 이시하라는 영화 배우로도 활동하고 메가폰까지 잡은 다재다능한 인물. 참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해 중의원에서 8선을 기록한 뒤 99년 도쿄도 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 거물급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태양의>
이번 영화제 특별기획에는 이시하라가 주인공 신문기자 역할로 등장한 <위험한 영웅> (1957년 작)이 51개 특별상영 작품 가운데 포함됐다. 위험한>
이시하라는 질의응답 도중 기자들이 지사에게 묻겠다고 하면 “지사가 아니라 이시하라 감독에게 질문해 달라”고 주문하는 등 영화감독에 대한 의욕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58년 영화 <젊은 짐승> 의 연출을 맡은 적이 있기 때문에 감독으로 불러도 틀리지 않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감독으로서 구체적인 계획을 소개해 기자회견장에 모인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지사직에서 물러나면 자신이 쓴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하겠다고 말했다. “원작의 판권을 팔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직접 영화를 찍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주연에 후쿠다 마코토를 쓰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너무 뜸을 들이다 보니 그가 나이를 먹어버렸다.” 젊은>
도쿄도 지사에 취임한 뒤 이시하라는 도쿄로케이션박스를 설치하는 등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시해 왔다. 5월 개봉된 <나는 당신을 위해 죽으러 갑니다> 는 그가 총제작과 각본을 담당한 작품이지만 흥행에서는 그리 성공하지 못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군 자살특공대를 찬양하는 내용으로 골수 국수주의자인 이시하라의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나는>
이시하라는 아카데미 감독상에 빛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유황도에서 온 편지> 에 대해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대체 어디에서 전쟁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 아마추어 같고 작위적인 얘기도 많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또 “내가 시나리오를 쓰면 훨씬 재미 있는 영화를 찍을 수 있을 텐데…”라며 영화감독으로서 자신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는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유황도에서>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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