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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vs 푸틴, 이란核 '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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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vs 푸틴, 이란核 '맞장'

입력
2007.10.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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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스터 우정’은 3개월을 넘기지 않았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란 핵개발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17일 “세계 지도자들이 3차 세계대전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아야 한다”고 발언한 것은 전날 “이란은 평화적 핵 프로그램을 진행할 권리가 있다”고 밝힌 푸틴 대통령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로 해석된다.

7월 부시가문의 별장이 있는 메인주 케네벙크포트에서 바다낚시를 하고 랍스터 요리를 먹으며 화해 분위기를 조성했던 두 정상이 다시 냉랭한 관계로 돌아선 것이다.

러시아 지도자로서는 64년 만에 처음으로 이란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16일 테헤란에서 이란의 평화적 핵 개발 권리를 옹호한다고 천명했을 뿐 아니라 서방세계가 이란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행동에 옮기는 것은 물론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조차 거부한다고 밝혔다.

지난 주에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과 유럽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세 번째 대 이란 제재 결의안을 논의하고 있다. 거부권을 가진 러시아가 이란 제재에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함으로써 지금보다 강력한 제재 결의가 통과되는 것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이란을 비롯해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 등 카스피해 연안 5개국의 영토가 외부 국가에 대한 외부 세력의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는 이란 견제를 위해 구소련 국가에 군사 기지 등을 건설하려는 미국의 전략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란에 건설하다 중단된 이란의 첫 번째 원자력 발전소 부셰르 원전에 대해서는 끝까지 완성할 것임을 약속했으나 이란 측이 기대했던 체적인 가동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이란 방문 기간 동안 러시아가 서방의 압박에서 이란을 지켜주는 방패가 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해주길 기대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오히려 이란을 옹호하고 나서자 17일 기자회견에서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푸틴 대통령에게 최근의 이란 핵 활동에 대한 발언이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 밝히라고 요청할 것이라면서 “9월 호주에서 만났을 때만 해도 그는 이란이 핵무기를 만드는 능력을 갖는 것이 세계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확인해 주었는데, 그가 아직도 나와 같은 우려를 공유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2001년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났을 때만 해도 “솔직하고 신뢰할 만하다”고 평가했던 부시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의 향후 정치 행보가 비밀로 가득 차 있으며 “교활하다”고까지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구 소련이 붕괴된 이후 러시아 민주화에 대한 기대감을 품었지만 지금은 러시아의 민주화 진전이 궤도를 이탈했다고 평가하면서 “중앙 집권적 권위가 자리 잡고 있는 러시아인들의 DNA 구조를 재입력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단 그는 푸틴 대통령과 “여러 이슈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도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솔직하고 열린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만나 핵 문제를 포함해 ‘특별한 제안’을 했다고 이란 관영통신인 IRNA가 보도했다. IRNA는 푸틴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어떤 제의를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이란 정부가 적절한 때에 공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푸틴 대통령이 부셰르 원전의 완공에 대한 확답을 준 대신 핵 활동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면 사찰 허용 등의 조건을 제시했을 것이라는 설과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중지한다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도 일시 중지할 것이라고 제안했다는 설 등이 나오고 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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