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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쑥대밭에 꽃이 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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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쑥대밭에 꽃이 필까

입력
2007.10.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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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두 달 남았는데 유권자들은 덤덤하다. 각 후보를 지지하는 응원단들은 함성을 지르며 기세를 올리지만 국민들은 멀리서 바라만 보고 있다.

1987년 1992년 1997년 대선은 민주화 열망과 김영삼 김대중 등 '흥행 정치인'들의 바람몰이, 지역감정 등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2002년 대선에도 드라마가 있었다. 보수와 진보의 분명한 대결구도, 노무현이라는 투박한 비주류 후보에 대한 환상이 젊은이들을 투표장으로 몰려가게 했다.

이번 선거에선 흥분을 불러일으킬 만한 요소를 찾기 어렵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일찌감치 50%대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며 독주하고 있고, 다른 후보들의 지지율은 아직 미미한 상황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가 20%대로 다가가고 있지만 이명박 후보를 위협할 만한 경쟁상대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 아직도 덤덤한 대선분위기

대선 분위기가 과열되는 것을 좋다고 볼 수만은 없다. 우리는 이제 겨우 지역감정과 인물 중심의 선거에서 해방되어 정책을 저울질하며 정당과 후보를 선택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진보 성향의 정권을 경험한 국민들은 나름대로 보수와 진보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갖게 되었고, 그것은 매우 값진 공부였다.

이처럼 의미 있는 시기에 진보 진영이 지지율 하락과 분열로 쑥대밭이 되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아직 정권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여당이 깨지고 너도나도 난파선에서 뛰어내려 살겠다고 아우성치는 비참한 몰골로 그들은 대선의 해를 맞았다. 대선후보 경선 역시 추태로 얼룩졌고, 겨우 후보를 세웠으나 승리의 길은 까마득하게 보인다.

2002년 대선에서는 이회창 후보의 승리가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노무현 후보의 판 뒤집기가 성공했다. 지금도 그런 뒤집기가 가능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 우리 정치는 스스로 잘 해서 올라가기보다 상대의 실패로 올라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명박 후보가 흠집내기에 걸려 넘어진다면 정동영 후보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범 여권 후보단일화가 모양 좋게 성공한다면 최종 후보에게 표가 몰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02년과 2007년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2002년에는 정권을 잃고도 반성하지 않았던 오만한 보수에 대한 환멸이 있었다. 그리고 '노무현의 눈물'에 마음이 움직일 만큼 진보에 대한 기대와 환상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진보에 대한 환멸 속에 진행되고 있다.

정동영 후보가 아무리 노력해도 판 뒤집기를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정동영씨 자신이 진보에 대한 환멸을 가져온 중요인물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5년 전의 노무현 후보는 투박한 대로 진실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지만 정동영 후보는 실패한 진보의 낡은 얼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의 승리가 확실한가. 또 그 승리가 우리 역사에 큰 도움이 될까. 승리의 가능성은 높지만 확신을 가지고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지금 이명박 후보에게 쏠리는 지지는 지난 5년간 진보에 대한 실망에서 오는 것이지 그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가 아니다.

또 젊은 층까지도 보수화하는 경향이 있다지만 그들의 보수화가 한나라당화는 아니다. 한나라당은 반사 이익으로 커왔지 새로운 보수를 담아낼 능력을 키웠다고 평가할 수 없다.

● 밖에서 서성대는 유권자들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은 쑥대밭 근처를 서성대고 있다. 그들에게 이번 대선은 열망이 사라진 씁쓸하고 쓸쓸한 선거일 수밖에 없다. 쑥대밭에서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쑥대밭을 일궈 재기하려면 다시 장거리를 뛰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인정하고 다시 참다운 진보가 되겠다는 열망을 품는 것이다. 열망을 잃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품게 할 수는 없다.

얼굴은 낡을 대로 낡았지만 마음은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을 바꿨다는 것이 확실하게 전해지면 떠도는 유권자들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쑥대밭에서 큰소리 치는 것으로 꽃을 피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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