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은 너무 예민해서, 외국인은 너무 둔감해서 문제.’
에이즈에 대한 한국인과 외국인의 인식이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는 건강한데도 ‘에이즈에 걸린 것이 틀림없다’며 수시로 검사를 자청하는 한국 사람은 급증하는 반면, 에이즈 감염이 확인돼 출국 명령을 받은 외국인 가운데 상당수는 당국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으로 잠적해 버린다.
17일 질병관리본부가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에이즈와 관련, 과도한 ‘건강염려증’에 걸린 것으로 보이는 내국인의 중복 검사 때문에 귀중한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
2005년부터 2007년 상반기까지 한국에이즈퇴치연맹에서 실시한 2만2,278건의 상담 사례 가운데, 같은 사람이 10회 이상 상담한 사례는 3,454건으로 전체의 15%에 달했다. 동일인 상담 건수가 2~4회(6,840건)와 5~9회(1,417건)인 것까지 포함하면, 에이즈에 대한 막연한 공포에 따른 중복 상담은 전체의 52%에 달했다.
이미 혈액 검사 등을 통해 에이즈와 무관하다는 것이 입증됐는데도 또다시 검사를 받는 사례도 전체 검사의 29%를 넘어서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에이즈 검진상담소에서 검사 받은 3,927명 가운데 29.3%인 1,153명은 이미 병원과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아 ‘깨끗하다’는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다. 이는 같은 기간 외국인 검사자 628명 가운데 중복 검사자가 13.5%인 85명에 불과한 것과는 크게 대비되는 것이다.
안 의원은 “인터넷 등의 발달로 에이즈 정보에 대한 접근 가능성은 커졌지만 검증되지 않은 무분별한 정보의 확산으로 에이즈에 대한 공포가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전체 에이즈 감염자(누적 기준ㆍ6월말 현재 5,313명) 가운데 6.7%(357명)를 차지하는 외국인 감염자들은 에이즈에 대해 무관심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6월말 현재 74명으로 추정되는 국내 체류 외국인 감염자 가운데 45%인 33명의 소재가 불분명한 상태다.
이는 내국인의 소재 불명 비율(약 2%)보다 20배나 높은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 노웅래 의원은 “이들 외국인은 불특정 다수에게 에이즈를 전파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9월까지 에이즈 감염자 신고를 분석한 결과, 올들어 575명의 내국인 감염자가 새로 발견됐다고 17일 밝혔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국내 누적 내국인 감염인은 5,000명을 넘어 5,155명에 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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