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가격파괴’ 선언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이마트가 3,000여 품목의 자체상품(PBㆍPrivate Brand)을 내놓고 판매가격을 20~40% 인하하겠다고 발표하자 국내 유통 및 제조업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물론 롯데마트가 3,900여 PB상품을 운영하고 있고 홈플러스 역시 4,300여 품목에 자체브랜드를 붙여 평균 20%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으나, 전국 107개의 최대 매장수를 자랑하는 이마트가 PB사업 강화에 나선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우선 유통업 경쟁사들은 PB사업 강화를 추진하면서 시장상황을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식품ㆍ생활용품 PB ‘와이즐렉’ 등을 판매하고 있는 롯데마트는 올해 전체 매출 중 14% 정도인 PB 비중을 2010년까지 2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만 PB 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1위 유통업체인 만큼 시장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대응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유통업계보다 이마트 발표에 더 노심초사하는 쪽은 제조업체들이다. 이마트의 PB제조 의뢰를 받았으나 거절했다는 한 대형 제조업체(식음료) 관계자는 “국내 제조업계의 성장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은 유통업계가 이제 제조업을 집어삼키려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제조업체들이 유통업체에 종속돼 출혈 가격경쟁에 매몰될 경우 결국 고사할 수밖에 없다”며 “가격경쟁이 심해지면 연구개발이나 품질향상 투자가 힘들어져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제조업체에 대한 원가인하 압력 또한 중소업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중소 제조업체 관계자는 “PB상품 납품원가는 기존 브랜드(NB) 정상가격에 비해 30~40%나 낮아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진짜 문제는 대형마트의 PB제조에도 참여하지 못하는 중소업체들”이라며 “향후 자기 브랜드를 생산하는 국내 중소제조업 기반이 무너져내릴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연세대 오세조(경영학과) 교수는 “향후 유통업계의 PB사업이 강화되면서 그 파워도 점점 커질 것”이라며 “전체 시장의 발전을 위해선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가 마진을 공평하게 분배하고, 제조업에 안정적인 투자가 이어질 수 있는 건전한 파트너십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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