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공과대학 이렇게 달라진다] (3) 정부의 공학교육 혁신 계획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공과대학 이렇게 달라진다] (3) 정부의 공학교육 혁신 계획

입력
2007.10.18 00:05
0 0

2015년 9월 A대학 기계공학과 강의실. 지난해 이 대학에 입학한 김공학(가명)군은 2학년 2학기가 시작된 지금, FL(Factory Learningㆍ공장형 실습 과정)을 통해 설계교육을 받는다. 강의실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 장비를 갖고 실험해 보니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실습장비는 모두 가족회사인 ㈜○○테크에서 기증한 것들이다. 지도교수도 관련 기업의 연구원 출신이다. 올해만도 특허를 10여건이나 출원해 3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학업 능률은 높지만 학교생활이 편치 만은 않다. 학과가 공학교육인증제 대상이어서 전공지식과 관련 학점을 갑절로 따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불평하지는 않는다. 좋은 기업에 들어 가려면 인증 획득 대학 졸업이 필수인 세상이다. 김군은 2년 후 멋진 엔지니어가 돼 있을 자신을 그려보며 마음을 다잡기로 했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공과대학의 미래상이다. 이공계 위기를 새삼 거론하지 않더라도 공학 교육 전반에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정부도 동의하고 있다. 요체는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인재를 기르자”는 것이다.

산(産)ㆍ관(官)ㆍ학(學)이 함께 간다

최근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이공계의 위기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향후 미국과의 교류 활성화로 우수기술과 인재가 대거 유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7월 학계, 산업계 인사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공과대학 혁신포럼’은 이같은 위기가 실질적 위협으로 현실화하고 있음을 확인한 자리였다. 오영호 산업자원부 차관은 “공과대학이 새로운 경쟁환경을 맞게 됐다”는 말로 혁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개혁의 청사진은 이미 마련됐다. 정부는 ‘공학교육혁신위원회(혁신위)→ 공학교육혁신센터→ 산업기여도 평가제’로 이어지는 지원 및 검증 시스템을 구축해 공대의 환골탈태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혁신위는 산(대한상의, 공학한림원)ㆍ관(산자부, 교육부)ㆍ학(공대학장협의회 등)을 망라한 콘트롤타워로 공학 교육의 중장기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공계 위기론의 실체를 파악하는 일은 물론 산업계 요구에 맞도록 체계적인 공학교육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혁신위의 몫이다.

혁신위가 공학 교육 대계(大計)의 밑그림을 그린다면 혁신센터는 개별 대학의 특성화 전략 및 프로그램을 수립하고 집행을 담당한다. 대학 스스로 지역의 산업 여건과 자체 핵심역량을 고려, 경쟁 우위가 있는 부분을 특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역산업과의 연계는 2009년까지 2,000억원을 투입하는 ‘산학협력중심대학 육성사업’ 계획에 따라 전국 13개 대학에서 현재 추진 중이다. 그 결과 대학-기업간 협력시스템인 6,400개의 가족회사(Family Doctor)가 생겨났다. 그러나 ‘맞춤형 교육’이 일반화하면 특정산업ㆍ기업에 대한 인력 배출 규모는 26.6%에서 40.2%로, 가족회사 수도 5만여개까지 크게 늘어난다. 정부는 6월 전국 50개 대학에 혁신센터를 공식 출범 시켰으며, 2015년까지 전국 169개 공대로 확대할 방침이다.

성과 없으면 지원도 없다

‘산업기여도 평가제’ 등 사후 검증 체계의 강화는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다. 최근 수년간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기업들이 신입사원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산업현장과 대학교육의 괴리’였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공대 혁신 작업이 지지부진했던 원인도 여기에 있다. 정부의 지원 방향과 산업계의 요구사항이 엇박자를 냈기 때문이다.

평가제 도입은 지원은 확실히 해주되 성과에 따른 신상필벌도 분명히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있다. 산업계의 요구지식과 배출 인력에 대한 만족도 등을 기준으로 기여도를 평가해 재정 지원과 인센티브 부여에 차등을 두겠다는 얘기다. 당장 11월 초 전국의 전자ㆍ조선공학과에 대한 산업기여도 평가 결과가 발표되면 공대들은 3년 마다 꾸준히 성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서울 지역의 한 공대 학장은 “정부의 공대 혁신 로드맵은 산업 현장과 보조를 맞추겠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눈앞의 성과에 급급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실패한다면 목표 달성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