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17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보고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첫해 총 입학정원 1,500명'안은 고심의 흔적이 역력하다.
시행 첫해 정원은 1,500명이지만 2013년까지 순차적으로 2,000명까지 늘리겠다는 것은 외형적으로는 법조계와 대학, 시민단체의 요구를 일정 부분 절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법조계와 교육계 안팎에서는 이 안이 사실상 법조계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법조계의 '판정승'
대한변호사협회 등 법조계에서는 2005년 사법개혁추진위원회 출범 당시부터 로스쿨 총 정원을 연간 사법고시 합격자수(1,000명)를 고려해 결정하라고 요구해 왔다.
교육부가 정원 산출에 적용한 로스쿨 재학생의 중도 탈락률 10%와 변호사시험 합격률 80%를 감안하면 로스쿨이 배출하는 연간 변호사 수는 1,080명 수준이다. 법조계의 요구와 큰 차이가 없다.
교육부는 보고안대로 로스쿨 제도가 시행되면 2021년 법조인 1인당 인구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1,482명) 수준인 1,440명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법조인을 대량 배출하게 돼 법률서비스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토대가 구축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과 시민단체들은 "총 정원 3,200명 이상이라야 가능한 목표"라고 반박했다. 이창수 로스쿨 시민인권노동법학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국내 수치를 집어 넣어 OECD평균을 산출하는 등 잘못된 통계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견된 정원
그 동안 교육부 안팎에서는 대학과 시민단체 등이 요구한 총정원 3,200명 이상 안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말이 꾸준히 나돌았다. 로스쿨 비대위 관계자는 "5일 출범한 법학교육위원회의 위원 구성을 보고 이번 보고안을 어느 정도 예견했다"고 말했다.
'친(親) 법조 위원'이 대거 포함됐다는 이유에서다. 김정기 차관보 등 13명으로 이뤄진 법학교육위원회는 로스쿨 설립 인가 기준을 마련하는 등 핵심 기능을 맡고 있다.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위원회 위원 중 4명을 법무부장관(1명)과 법원행정처장(1명), 대한변호사협회장(2명)의 추천을 받아 임명했다. 법학교수와 일반 인사 몫은 각계의 의견 수렴을 거쳐 선임했다. 대학과 시민단체의 요구가 위원회에 적극 반영될 통로가 사실상 봉쇄된 셈이다.
정상용(동국대 교수) 전국법학교수회 사무총장은 "법조인의 입김이 반영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로스쿨 총정원 결정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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