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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카스피해를 內海로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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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카스피해를 內海로 품다

입력
2007.10.1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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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의 보고이자 교통의 요충지인 카스피해 지역에 대해 러시아가 영향력을 강화하고있다. 러시아의 주도로 이란,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등 카스피해 연안 5개국이 힘을 합쳐 제 몫 찾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 5개국 정상은 16일 이란 테헤란에서 정상 회담을 갖고 이 지역에 매장된 원유, 가스 등 자원의 이용과 역내 통행에 대한 권리를 확인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25개항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러시아가 미국을 제치고 카스피해 지역에서 경쟁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움직임 중의 하나다. 이들은 나아가 새로운 경제기구를 창설키로 했고 그 첫 단계로 내년에 러시아에서 카스피해 경제회의를 열기로 했다.

5개국 정상은 공동 성명에서 카스피해 연안의 항행권과 자원 이용권을 갖고 있으며 해외 국가가 군사 목적으로 카스피해 영역을 이용하는 것을 불허한다고 못박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이 국방동맹 체결을 제안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아제르바이잔에 군사기지를 건설하려는 계획은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졌고 엑손모빌, 쉐브론텍사코 등 이 지역에서 원유 개발 사업을 벌이는 미국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5개국이 원자력을 평화 목적으로 이용할 권리를 갖고 있음을 천명한 것도 미국을 의식한 것이다. 미국은 이란이 자국 도시 부셰르에 짓고 있는 원자력 시설을 핵무기 제조의 전 단계로 간주하고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이번 회담을 계기로 2008년 완공을 목표로 이뤄지고 있는 이란의 원자력시설 건설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구 소련의 영토였던 카스피해 지역을 둘러싸고 미국과 러시아는 치열하게 주도권싸움을 벌여왔다.

미국은 터키의 세이한항(港)에서 투르크메니스탄, 아프가니스탄을 거쳐 파키스탄의 카라치항까지 연결되는 송유관을 건설해 유럽에서 아시아로 연결되는 원유 공급선을 확보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지역은 미국의 군수 물자가 통과하는 전략 요충지이기도 하다. 이에 맞서 러시아는 투르크메니스탄의 천연 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카자흐스탄을 경유해 조달받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계획이 성공하면 러시아는 저렴한 가격에 가스를 공급 받아 유럽 지역에 비싸게 팔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막대한 이해 관계가 걸려 있어서 미국과 러시아 어느 한쪽이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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