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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그 여자의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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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그 여자의 자서전

입력
2007.10.1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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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 창비386의 열정과 환멸… 시대, 내면의 기록

1979년 10월 18일 부산에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이틀 뒤에는 마산ㆍ창원에 위수령이 내려졌다. 그 해 여름부터의 YH 사건, 김영삼 의원직 박탈 등으로 폭발한 이 지역 학생ㆍ시민들이 봉기한 부마민주항쟁에 대한 탄압이었다. 부마민주항쟁은 그로부터 열흘이 못 가 10ㆍ26으로 유신체제가 종말을 맞는 계기를 만들었다.

오늘을 생각하며 왜 김인숙(44)의 소설이 떠올랐을까. 예전에 읽은 그의 <79~80, 겨울에서 봄 사이>라는 장편소설을 찾아보았지만 책은 절판되고 없었다. 부마-10ㆍ26-서울의봄-5ㆍ18 등으로 이어진 79~80의 싯점, 그 특정한 시기의 기억을 숙명처럼 안고 사는 이들이 있다.

정치권의 자리들을 차지한 일부 동세대 때문에 터무니없이 욕 얻어먹고 있는, 이른바 386세대다. 김인숙은 그 세대의 작가다. 한 평론가의 말처럼 그들은 “현재의 어느 싯점이건 그것이 과거 어느 싯점의 후일(後日)일 수밖에 없는 숙명을 한고 사는 세대”다. 79~80과 이후 80년대의 기억이야말로 그들에게는 영원할 현재다.

김인숙의 소설집 <그 여자의 자서전> 은 그 시절의 이상을 상실하고, 돈에 지배당하는 초라한 현실을 우울하게 감당해야 하는, 또는 환멸로 이 나라를 뜨는, 그 세대의 이야기다. 표제작의 주인공 여작가는 어느 졸부의 자서전을 대필한다. 거액의 원고료 제안에 술술 써지던 이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졸부의 자서전은 그러나 그의 ‘민주주의에 대한 기여’ 서술 요구에서 막혀버린다.

‘과거의 운동경력이 명문대학의 졸업장만큼이나 필수적인 것이 되어버린’ 현실. 여작가는 잊고 있던 젊은시절의 꿈과, 매문(賣文)을 하고 있는 수치스러운 현실을 함께 떠올린다. “삶과 싸움이 하나로 통일”되는 꿈을 꾸던 그 시절의 젊음은 그렇게 “무심히 실려온 세월의 흔적” 앞에서 노여워하고 있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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