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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이유있는 반전/ <상> 제조중심에서 고객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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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이유있는 반전/ <상> 제조중심에서 고객중심으로

입력
2007.10.1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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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드라마'에는 늘 결정적 모멘텀이 있기 마련이다. 최근 힘찬 부활의 나래를 펴고 있는 LG그룹도 그렇다. 지난 해 이맘 때쯤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는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LG필립스LCD(3분기 영업손실 –3,821억원)를 비롯해 LG전자, 화학 등 그룹을 이끄는 삼총사의 실적은 곤두박칠쳤고, 그룹의 운명을 걱정하는 흉흉한 소문도 나돌았다.

1년이 지난 현재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내년에는 그룹 삼총사가 4조원이 훨씬 넘는 영업이익을 내며 사상 최대 호황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적절한 감독(CEO) 교체와 함께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고객가치 창출을 선도하라"고 독려한 구본무 회장의 지도력, 고객중심의 맞춤 경영ㆍ생산성 극대화운동ㆍ스피드 경영 등으로 이를 구체화한 CEO들의 적절한 전략, 전환점을 만들고 말겠다는 임직원들의 의지 등 3박자가 어우러진 결과다. LG의 반전 스토리를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1. 5월 유럽 출장 중이던 LG전자 남용 부회장은 프랑스 파리 근교의 한적한 가정집에 들렀다. 어떤 전자제품을 쓰고 있는지, 가옥 구조는 어떤지, 자사 제품과 경쟁사 제품에 대한 고객의 평가는 무엇인지 직접 의견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올해 초 취임 이후 북미 유럽 중동 등의 해외 사업장을 찾을 때마다 남 부회장은 이 같은 일을 계속하고 있다.

최고경영자부터 고객 속으로 파고들지 않으면, 고객을 감동시키는 제품생산은 물론 효과적인 마케팅도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남 부회장은 늘 "우리 상품을 보는 순간 소비자들이 '와우(WOW)'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 휴대폰 가입자가 1억7,000만명(8월 말 기준)에 달하는 인도시장은 세계 메이저 업체들의 각축장이다. 유럽식 GSM(전체의 80%)과 한국과 같은 CDMA(20%) 접속 방식이 공존하는 이 신흥 시장은 요즘 중국산 저가폰 공세로 요동치고 있다.

판매대수 기준 2위인 LG전자는 8월 말 고급 GSM단말기 '샤인폰'을 출시하며, 상대적으로 저가였던 CDMA폰에서 GSM폰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저가 중국산과 출혈경쟁을 할 필요가 없는데다, 앞으로 더 유망한 시장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흥시장=저가폰, 미국ㆍ유럽 시장=고가폰'이라는 단순 등식이 아니라 지역 특색에 따른 차별화한 ??翅?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신문범 인도 법인장은 "미국이나 이스라엘은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좋은 CDMA단말기 시장"이라며 "하지만 아프리카와 같은 신흥시장은 GSM고급시장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인도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LG전자가 확 달라졌다. 2분기 실적이 턴어라운드한데 이어 3분기에도 상승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수치를 언급하는 것이 아니다. CEO부터 일선 직원까지 마인드가 변한 것이다. 제조 중심의 회사에서 철저히 시장지형적, 고객 맞춤형 조직으로 탈바꿈했다는 게 보다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 같은 변신에는 구 회장의 독려가 큰 역할을 했다. 구 회장은 올해 초 "당장은 힘들고 어렵더라도 경영 패러다임을 철저히 고객가치 중심으로 바꿔나가야 한다"며 "각 사가 차별화한 고객 가치창출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실행방안 마련에 주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기회 있을 때마다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차별화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LG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각 계열사 CEO들은 대대적인 체질개선으로 화답했다. 특히 남 부회장은 "마케팅 조직과 유통 채널에서부터 세계 각 지역 고객들의 행동양식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고안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며 변화를 시도했다.

가령 해외마케팅 조직의 경우 품목별로 운영돼 오던 냉장고ㆍ세탁기 마케팅팀 등을 폐지하고, 미주ㆍ아주ㆍ중아팀, 유럽ㆍCISㆍ중국팀 등 현지 밀착형 조직으로 탈바꿈시켰다. 또 외부 마케팅 전문가 그룹을 대거 채용했다.

그 결과 오랜 기간 골치를 썩여온 디스플레이 사업이 3분기에 흑자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LCD TV는 28%, PDP TV는 23%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휴대폰은 3분기에 사상 처음 2,190만대를 팔았다.

영업이익률도 8.4%에 달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정착시켰다. LG전자는 올해 1조2,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내년에는 2조원에 육박하는 성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올 3분기에 사상 최대 영업이익(3,741억원)을 낸 LG화학 김반석 사장의 스피드 경영도 눈길을 끈다. LG화학은 3년째 분기별 적자를 기록한 2차 전지등 전자사업 부문이 흑자 전환한 데다, 석유화학 부문의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71.8% 급증했다.

'첫째 먼저 시장을 내다보고, 둘째 핵심에 집중해 빨리 성과를 내며, 셋째 자주 성과를 점검하자'는 김 사장의 스피드경영이 소리없이 조직의 변화를 이끈 결과라는 분석이다.

LG그룹 관계자는 "구 회장이 연초 주요 계열사 CEO를 교체해 분위기를 일신한 뒤 고객가치 창출과 관련한 성과를 철저히 점검할 것을 지시하고, 각 CEO와 임직원들이 이에 화답해 고객 지향형 조직으로 체질개선을 이뤄낸 게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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