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17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첫 해 입학정원을 1,500명으로 확정한데 대해 로스쿨 유치에 사활을 걸어온 대학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시민단체들도 "법률 수요와 동떨어진 결정"이라며 비난 대열에 동참하고 있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대학들 '보이콧' 경고까지
전국 법대 학장들은 이날 한 목소리로 "법조계 입장만 대변했다"고 교육부 때리기에 나섰다. 서울과 지방, 로스쿨 유치 유력 여부를 가릴 것 없이 "이런 로스쿨은 도입할 필요가 없다"고 반발했고, '대국민 사기'등 원색적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호문혁 서울대 법대 학장은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은 고사하고 고시 과목만 가르치게 되는 부작용이 생길 것 같다"며 "변호사 합격률이 낮은 곳은 자연히 도태되기 때문에 자격 요건을 갖추고 형편에 따라 스스로 정원을 정하도록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말이 안 되는 숫자인데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냐"(홍복기 연세대 법대학장),"법조계 입장만 대변한 것이다. 개혁이 아닌 개악이다"(김문현 이화여대 법대학장),"변호사들의 승리이다"(이상정 경희대 법대학장), "정부가 사법개혁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김대원 서울시립대 법학부장), "로스쿨을 하지 말자는 것과 같다"(최태현 한양대 로스쿨준비위원장), "변호사 밥그릇 걱정해 주는 정부는 우리나라 뿐이다. 제정신이 아니다"(이석용 한남대 법대학장) 등 비난이 봇물을 이뤘다.
로스쿨 도입을 거부하자는 목소리까지 거셌다. 한국법학교수회 이기수(고려대 법대 교수) 회장은 "2,500명 이하면 로스쿨 신청 자체를 거부하자고 법과대학장협의회에서 의견을 모았던 만큼 곧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해 만만치 않은 후폭풍을 예고했다.
시민단체를 비롯한 각 단체들 역시 교육부 결정에 반감을 표시했다. 경실련은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제공한다는 본래의 취지를 살려 입학정원과 변호사자격시험의 합격정원을 정해야 한다"고 했고, 참여연대는 "턱없이 적은 정원이 도출된 만큼 공청회 등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묻지마'투자 후유증 우려
막대한 투자를 한 대학 사회가 겪을 후유증에 대한 우려도 많다. '쥐꼬리 정원' 탓에 유치 대학 수도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용 건물, 도서관 등 시설 투자는 물론 판사 변호사 등을 정년이 보장된 정식교수로 채용한 인건비 부담 등을 어떻게 감당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정종섭 서울대 법대 교무부학장은 "대학들이 무더기 탈락하면서 큰 혼란이 빚어질 것"이라며 "해당 대학의 법학 교육이 파행을 겪을 우려도 있고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해 법적 분쟁으로 비화할 소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박관규 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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