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등장에 따라 대선구도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의 대결에선 우선 이념적 대립양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외연을 넓이기 위해 전통적인 보수에 실용주의를 덧칠했다.
정 후보 역시 이해찬 전 총리로 대표되는 진보 세력에 비해 온건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대립 각이 예리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특히 정 후보의 입장에서 이 후보를 ‘상위 20%를 위한 지도자’로 모는 데는 이 보다 좋은 수단이 없다.
정 후보가 15일 수락연설에서 “한나라당식 정글 자본주의를 거부한다”고 천명한 것도 이런 전략을 예고한다.
이 후보가 최근 현 정부의 교육정책 핵심인 ‘3불정책’(본고사ㆍ고교등급제ㆍ기여입학 금지)을 부정하는 교육정책을 발표한 데 대해 정 후보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입시지옥으로 만들 것”이라고 날을 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와 함께 평화이슈도 정 후보측에 의해 강하게 제기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후보측이 “건드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며 쟁점화를 피하는 태도여서 어느 정도 폭발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정 후보가 전북 순창 출신이라는 점은 영남과 수도권 우세의 이 후보와 호남 우세의 정 후보간 지역대결 가능성을 시사한다. 동시에 충청권을 겨냥한 중원싸움도 치열할 것이다.
정 후보가 호남과 충청을 잇는 ‘서부벨트’를 재건할 수 있느냐가 일단 중요한 포인트다.
그렇지 못하면 영호남 인구 수에 비추어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상당하다. 물론 정 후보가 서부벨트를 만들더라도 영남 표가 20~30% 이상 잠식되지 않으면 이 후보를 이기기 어렵다는 분석도 엄존한다.
이번 대선의 유일한 변수는 이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의 성공여부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로선 지지율 격차가 크고 지역구도 역시 이 후보가 불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네거티브와 관련, 미국에 체류중인 김경준씨의 귀국여부가 관심을 끄는 BBK주가조작 사건이 첫번째 뇌관으로 꼽힌다.
그러나 그가 대선 직전 귀국하더라도 ‘김씨의 단독 사기극’이라는 기존의 검찰 수사 결과를 뒤집기는 어렵고, 수사도 대선 전에 완결되긴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신당에서 아직까지 이 후보에 관한 새로운 폭로가 없는 것으로 보아 ‘숨겨 놓은 핵 폭탄’은 없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지만 속단은 금물이다. 반면 이 후보측에선 정 후보의 개인비리 조사팀을 만들어 친인척 주가조작 의혹 자료를 수집하는 등 역공을 준비하고 있다.
이태희 기자 good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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