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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터키 알력 심화, 쿠르드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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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터키 알력 심화, 쿠르드 긴장 고조

입력
2007.10.1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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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와 미국 정부가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터키 정부는 15일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북부지역에서 쿠르드족 반군을 소탕하기 위한 군사작전 동의안을 의회에 공식 요청했다.

쿠르드 반군에 강경 대처하라는 군부와 야당, 여론의 압박이 있을 때마다 “군사작전은 의회의 승인 사안”이라며 한발 뺐던 정부가 직접 무력사용 동의안을 요청한 것은 쿠르드족에 대한 선전포고의 성격이 짙다.

최근 이라크 북부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쿠르드노동자당(PKK) 소속 게릴라들의 잇단 테러로 터키 병사 13명이 사망하는 등 쿠르드족에 대한 터키의 민심은 극도로 악화한 상태다

. 집권 정의개발당(AKP)의 이슬람 편향 정책에 노골적인 반감을 갖고 있는 군부와 야당도 쿠르드족에 대한 정부의 유약한 대처를 집중 성토해 왔다. 이번 군사작전 동의안 제출은 쿠르드족의 테러가 군부ㆍ야권의 강경대응 요구를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수위를 넘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동시에 자칫 국민의 지지마저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표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쿠르드족에 대한 터키의 공격을 억제하는 지렛대 역할을 해온 미국과의 관계가 최악이라는 점이다. 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원회는 10일 터키가 1915∼17년 아르메니아인을 집단 살해한 것을 ‘대량학살’로 인정하는 결의안을 터키 정부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과시켰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양국 정부의 우려에도 아랑곳 않고 조만간 본회의에 결의안을 상정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그렇지않아도 미국의 대 테러전쟁, 레젭 타입 에르도안 총리 정부의 친미정책에 불만을 갖고 있던 터키 여론에 이 결의안은 기름을 부었다.

군사공격 동의안 제출이 쿠르드족 반군에 대한 터키 정부의 의지를 과시하는 것일 수 있지만, 아르메니아 결의안이라는 ‘외교적 도발’을 감행한 미국 정부에 대한 보복 성격이 더 크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미국 정부도 답답하다. 그나마 이라크내에서 안정이 유지되는 북부 지역이 터키와 쿠르드족의 충돌로 위험에 빠지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어떻게든 터키 정부를 달래야 하지만, 원인 제공을 한 마당에 터키 정부에 협조를 구할 명분이 마땅치 않다.

백악관은 터키와 미국의 군사ㆍ정치적 특수관계를 내세워 의회에 결의안의 본회의 상정을 ‘대승적’으로 판단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에 대한 정책적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다.

현재로서는 하원의원 절반 이상이 결의안 발의에 참여한 상태여서 본회의에서 결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캐스팅 보트는 결국 에르도안 총리가 쥐고 있다. 에르도안 총리는 쿠르드족 문제는 군사작전 이상의 신중함이 요구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7월 실시된 총선에서 쿠르드족 유권자들의 대폭적인 지지를 받은 것도 정치적 부담이다. 미국 정부는 터키 의회가 군사작전을 승인하더라도 에르도안 총리가 군사작전 카드를 실제 꺼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희망을 걸고 있다.

그가 야권과 군부의 압력에 굴복하느냐, 친미정책을 재확인하느냐에 따라 터키 정국은 물론 이라크 사태도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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