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주시장이 시끄럽다. 국내 소주업계의 양대 산맥인 진로와 두산이 잇따라 19.5도짜리 소주를 내놓고 '더 순한 소주' 경쟁에 나섰는가 하면, 최근엔 진로의 '무설탕 소주'로 촉발된 소주첨가물 논쟁이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로까지 치닫고 있다.
진로 윤종웅 사장과 두산 한기선 사장을 만나 소주시장의 현안과 전망, 경영관 등을 들어봤다.
■ 윤종웅 진로 사장 "30여년 아성 쭈~욱"
경쟁사 협공 심해… 내년 무차입 경영 자신
"경쟁사들의 협공이 거세지만, 내년부터는 무차입 경영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
윤종웅 진로 사장은 "차입금 대부분을 상환했으며, 내년 재상장 이후에는 차입금 없이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진로는 1997년 부도가 나 상당한 액수의 차입금을 들여와야 했고, 이 부담으로 2003년 상장 폐지에 이르렀다. 그러나 2005년 하이트맥주와의 합병 이후 윤 사장 진두지휘 아래 꾸준히 차입금을 상환하면서 재상장을 추진해왔다.
윤 사장은 "재상장 신청요건은 100% 갖춘 상태이며 이르면 올해 말 재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며 "문제는 그간 기업가치를 얼마나 더 끌어올릴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윤 사장은 최근의 소주 첨가물 논쟁과 관련, "업체간 과열 경쟁 탓에 소주시장이 다소 혼탁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시장 전체의 발전을 위해 업체간 상호비방과 네거티브 전략은 지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첨가물 논쟁의 배경에 진로의 재상장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경쟁사들의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윤 사장은 "최근 경쟁사들의 협공은 내년 진로의 재상장을 방해하려는 전략적 행위"라며 "확고한 업계 1위인 진로가 재상장을 통해 자본력까지 확보할 경우 주류시장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진로가 30년 이상 국내 1위 자리를 지켜올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윤 사장은 "주류시장에 2등은 없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라고 답했다. 그의 이런 생각은 과거 맥주업체 사장으로 활동했던 경험과 무관치 않다.
윤 사장은 "과거 단 두 개의 브랜드만 존재했던 맥주시장에서는 1등 아니면 꼴찌였다"며 "경기가 나빠지면 일선 매장에선 1등 브랜드만 쌓아두기 때문에 주류업계의 2등은 항상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자만심을 경계했다.
윤 사장의 시선은 이제 해외로 향하고 있다. 그는 "국내 소주시장이 지금처럼 시끄러운 것도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라며 "진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계기로 2010년 매출의 30%를 해외시장에서 얻는다는 목표를 세워놓았다"고 말했다.
■ 한기선 두산주류BG 사장 "美도 카~아 할걸요"
연말 본격 진출… 첨가물 논쟁은 기만
"마실만한 소주가 진로밖에 없던 소비자에게 선택의 여지를 부여한 점이 성과라면 성과겠지요."
지난 11일로 사장 부임 만 3년을 맞은 한기선 두산주류BG 사장은 "작년 출시한 '처음처럼'이 단지 브랜드의 다양화 뿐 아니라 '순한 소주'시장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고 자평했다.
진로 '참이슬' 신화의 주역이던 한 사장이 두산에 부임한 이후 일궈낸 발전상을 보면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는 고사성어가 절로 떠오른다. 한 사장은 "당시 두산 '그린소주'의 시장 점유율은 6위 정도에 그쳤고 직원들의 사기 역시 땅에 떨어져 '뭘 해도 안 되는'분위기였다"고 회상했다.
한 사장은 우선 직원들의 패배의식과 안일주의 청산에 나섰다. 윗사람에게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직원을 멀리하고, 아이디어가 넘치고 직언(直言)을 서슴지 않는 사람을 과감하게 기용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순한 소주의 대명사가 된 처음처럼이다.
처음처럼의 탄생에는 한 사장의 개인적인 경험도 큰 역할을 했다. 한 사장이 2003년 대장암 2기 판정을 받은 후 회사를 떠나 투병생활을 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이 때 한 사장의 건강 회복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이 바로 알칼리 환원수다.
한 사장은 "소주 역시 가장 중요한 원료가 '물'이기 때문에 알칼리수라면 진로 참이슬과 한번 붙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두산은 저도주(低度酒) 한 축만으로 평균 시장점유율 11%대를 유지하며 2위를 지키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됐던 소주 첨가물 논쟁을 언급하자 한 사장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대부분 소주가 설탕을 넣은 적이 없는데, 참이슬만 설탕을 뺐다고 광고를 하니 소비자가 어떻게 생각하겠나"라며 "이는 명백히 소비자와 업계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향후 더 큰 시장으로 성장할 저도주 주도권을 두산에 빼앗기자 진로 측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한 사장은 소주를 좋아하는 히스패닉 등을 위한 신제품을 개발, 연말께 본격적인 미국 진출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경영 아이디어를 일본 오마이 겐이치 등의 전문가가 쓴 책과 삼성경제연구소 자료에서 주로 얻는다"고 덧붙였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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