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과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월스트리트의 3개 초대형 은행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동에 따른 신용경색을 풀기 위해 ‘슈퍼펀드’를 구성키로 15일 합의한데 대해 시장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3개 은행은 공동발표를 통해 약 800억 달러 규모의 ‘마스터 유동성 촉진(MLECㆍMaster Liquidity Enhancement Conduit) 펀드’를 구성키로 했다며, 금융사의 추가 참여를 감안할 때 MLEC펀드의 규모는 최대 1,0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MLEC펀드의 출범 소식에 일부 회사채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는 등 시장의 우려는 일단 가라앉는 모습이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슈퍼펀드’를 표방한 MLEC펀드가 신용경색을 완치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회의적이다.
향후 90일을 기한으로 조성ㆍ운용될 MLEC펀드의 최대 기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동 이래 돈줄이 끊긴 구조화투자회사(SIVㆍStructured Investment Vehicle)들에게 단기 유동성을 공급해 주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동의 최대 원흉으로 꼽히는 SIV는 주로 월스트리트 거대 은행 및 투자은행들이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켜 고수익 투자를 위한 ‘별동대’로 거느렸던 조직.
이들은 그 동안 자체 신용이나 보유자산을 담보로 단기채를 발행해 자금을 확보한 다음, 서브프라임 채권이나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 등 고위험ㆍ고수익 장기자산에 투자해왔다.
당연히 SIV는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한 단기채의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대체 단기채를 내다팔아 자금을 계속 수혈해야 한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동으로 시장에선 더 이상 SIV 발행 단기채를 사지 않자 자금의 ‘미스매치(missmatchㆍ불일치)’가 발생한 것이다.
SIV가 급전을 돌리기 위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이나 회사채 등 보유 장기자산을 투매하면 미국 사채 시장은 폭락의 악순환을 겪고, 이는 다시 대형 금융사의 활동에 치명타를 가할 공산이 크다.
따라서 MLEC펀드는 SIV가 발행하는 단기채를 적절히 소화함으로써 SIV에 자금을 수혈하는 한편,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등 고위험 채권의 추가 가격하락을 막겠다는 계산이다.
MLEC펀드 출범을 반기는 측에선 이번에 월스트리트가 SIV 구제에 확고한 결의를 보였고 향후 3개월이면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점 등을 들어 신용경색이 회복국면을 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새로운 걱정도 고개를 들고 있다. 무디스에 따르면 8월말 현재 세계 36개 SIV의 보유 투자자산은 3,200억 달러선. 이 중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 투자비중은 2%에 불과하며 금융채 41%, 프라임 모기지 채권 22%, 자산담보부 증권 16% 등으로 분산됐다.
그런데 ‘슈퍼펀드’가 1,000억 달러라는 막대한 규모로 출범하자 “드러난 것보다 신용경색의 정도가 심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부상하고 있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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