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끝난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을 보면 범여권 지지층은 외부 세력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해 당내에 착근해 있는 정동영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정 후보는 범여권 지지층에게 낯 익은 평화 이슈를 중심으로 지지를 확산시키려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경선이 불법과 동원 논란으로 점철됐다는 점에서 정 후보가 향후 얼마나 힘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 후보는 초기 의제 설정 때 ‘누가 민주 세력의 적자인가’라는 정통성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 당내 기반이 취약했던 손 전 지사는 ‘본선에서 이길 사람을 뽑자’는 이슈를 내놓았다. 그러나 범여권 지지층은 손 전 지사를 믿지 못했다.
신당 관계자는 “호남 지역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영남주자인 노무현 후보를 밀었다 배신당했다는 반감이 있는데 손 전 지사가 범여권으로 오면서 이런 우려가 증폭됐다”고 말했다.
정치컨설팅사 ‘폴컴’의 이경헌 이사는 “대통령 명의도용 논란으로 오히려 호남을 중심으로 정 후보 지지층이 결집했다”고 분석했다.
정 후보 측은 이번에 자기 목소리를 강력히 낸 기존의 지지층을 확고히 하기 위해 평화 이슈를 적극 생산할 계획이다. 개성공단을 만든 추진력을 바탕으로 무르익고 있는 한반도 평화시대의 적임자가 정 후보라는 점을 유권자에게 어필한다는 전략이다.
앞으로 총리회담 등 남북정상회담 후속 일정이 대거 잡혀 있어 이 전략은 새로운 지지층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정 후보 측이 이런 전략을 통해 지지율을 1단계 목표치인 20~25%로 끌어 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실 이번 경선은 철저한 조직 선거였다. 정 후보 측은 여론조사 반영비율을 10%로 낮추고 국민경선 선거인단 구성에 지역 인구비율이 고려되지 않도록 하는 데 성공했는데 이 때부터 조직 선거는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가운데 국민적 관심에서 밀려나면서 투표율도 크게 낮아 조직 선거는 위력을 발휘했다. 정 후보 측은 전북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조직을 동원했는데 이를 통해 획득한 3만4,000여표(83%)가 승부를 갈랐다.
이 때문에 유권자들은 정 후보가 조직 선거의 승리자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고, 이는 향후 정 후보의 지지율을 상승시키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손 전 지사와 이해찬 전 총리와의 반목과 갈등을 극복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다. 정 후보 측은 캠프 선대위 구성 때 기득권을 포기하고 세력을 안배할 방침이다. 두 사람도 선대위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지만 진정성을 갖고 도와 줄지는 아직 모른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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