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개낄땐 속도 낮춰 단속"
대학생 황혜영(27ㆍ여)씨는 최근 안개가 짙게 낀 날 엄마와 함께 승용차로 중부고속도로 서청주 인근을 지나던 생각을 하면 아직도 진땀이 흐른다. 자욱한 안개로 앞차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시거리가 좁은데도 차량들은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황씨는 지난해 서해대교에서 발생한 29중 추돌사고 참사가 떠올라 다리가 후들거릴 지경이었다.
황씨는 “가을철에는 큰 일교차로 도로의 복사열이 급격히 냉각돼 안개가 많이 발생한다”며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해 안개발생의 위험성을 알리고, 속도제한 단속을 꼭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개 폭우 폭설 등 기상이변 때 도로전광판에 안전속도를 명시하고, 무인단속카메라의 제한속도 기준을 50% 낮춰 단속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12일 희망제작소에 냈다.
한국도로공사가 공개한 전국 고속도로 안개 발생 분포도에 따르면, 연중 30일 이상 안개가 끼는 안개다발지역은 83곳으로 중부고속도로의 경우 22곳이나 됐다. 폭우ㆍ폭설ㆍ안개 등으로 가시거리가 100m 이내인 경우 평소 고속도로 제한 속도(100km~120km)의 절반인 시속 50~60km로 감속 운행하도록 도로교통법(시행규칙 제19조)은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속도제한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서해대교 참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안개로 인한 교통사고는 566건이나 됐다.
안개로 인한 교통사고가 줄지 않고 있는 이유는 속도위반 운전자들을 단속하는 시스템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국 고속도로에 설치된 310개의 무인과속카메라는 평상시의 속도제한 기준에 맞춰 있을 뿐 기상이변과 연동해 단속하도록 조정해 운영하지 않는다.
또 서해대교 구간에 설치된 6개를 제외한 전국 900개의 도로전광표지판(VMS)은 ‘제한 속도의 50%’ 감속으로만 표시하고 있을 뿐 정확한 안전속도 등이 명시돼 있지 않다. 경찰청 교통안전과 관계자는 “무인단속카메라 제한속도 유동조절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단속의 일관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긴다”며 “일정량 이상의 안개 발생시 교통 경찰을 투입해 서행 유도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진실희 인턴기자(서강대 신문방송 4년)
■ "갓길 새우잠 화물차 주차장을"
아슬아슬한 고속도로 안전하게 바꿔요
“고속도로에 화물차 전용 무인 자동화 주차시설을 만들면 어떨까요.”
화물차 운전기사 A씨는 매일 심야시간(오후 10시~다음날 새벽 6시)에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수산물 도매상을 연결하는 배달 일을 할 때마다 ‘졸음과의 전쟁’을 치른다. 누적된 피로와 장기간 운행으로 수면과 화장실 가기 등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차가 금지된 갓 길을 이용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한마디로 목숨을 내놓고 운행하는 상황이 매일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9월 고속도로 불법주차 실태를 조사한 결과 경부선, 서해안선, 중부선 등 주요 도로에서의 발생빈도가 선진국의 무려 51배로, 이들 대부분은 화물차였다”며 “선진국은 음료 자판기, 간이 화장실 등이 설치된 화물차 전용 무인 임시 주차건물 등을 마련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불법주차로 인한 대형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한국도로공사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휴게소 외에 화물차 주차시설 부지를 확보하거나 간이 건물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국 141개 휴게소 중 12곳에 고속도로 화물차 전용 주차시설이 있다. 일반 휴게소 주차장에 비해 2배 이상 크기의 부지를 마련하고 심야 운전자를 위한 휴게텔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처럼 도로변에 무인 임시 시설 등은 따로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이때문에 화물차 운전자들은 전용 주차공간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교통문화운동본부가 1~5일 수도권 지역 휴게소 및 화물터미널 화물차 운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화물차 운전자의 83.9%가 고속도로 불법주차의 경험이 있으며 대부분이 열번에 한 번꼴이라고 답했다. 특히 심야시간 통행료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경부선 상행선 판교-양재 구간, 수도권 외곽순환도로 자유로 JC-서운 JC 구간 등에 주차장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새벽 고속도로 순찰 시 갓 길에 불법주차 한 채 잠든 화물차 운전자를 흔들어 깨울 때가 많다”며 “우선 부족한 주차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2009년까지 8곳의 휴게소 내 화물차 전용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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