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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탄소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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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탄소섬유

입력
2007.10.1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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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구워진 참숯은 쇳소리를 낸다. 산소가 충분한 상태에서 가열하면 참나무가 다 타버리지만, 산소가 모자라면 그만큼 타지 못하는 대신 고온에 견딜 수 없는 성분이 빠져나가고 거의 탄소분자만 남게 된다.

산소를 전혀 공급하지 않고 고온으로 가열하면 흑연이나 다이아몬드처럼 순수한 탄소 덩어리를 얻을 수 있지만, 나무를 태워서 필요한 열을 얻으므로 어느 정도의 산소 공급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탄화(炭化) 정도가 높은 고품질 숯을 얻으려면 산소 공급은 되도록 줄이고, 온도는 최대한 끌어올리는 절묘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1879년 토머스 에디슨은 대나무 섬유를 탄화시켜 전구 필라멘트로 썼다. 그것이 탄소섬유의 출발점이다. 현재는 주로 석유ㆍ석탄의 탄화수소 잔류물인 피치, 폴리에스테르나 폴리아미드(나일론)와 함께 합성섬유의 주종인 폴리아크릴로니트릴(PANㆍ아크릴 섬유), 인조견(레이온) 등을 탄화시켜 만든다.

가열로 산소나 수소, 질소 등 다른 분자를 내보내 질량을 줄이되, 질기고 탄력 있는 섬유의 특성을 살린 덕분에 가볍고도 강도와 탄성이 뛰어나다. 강도는 철의 10배에 이르고, 무게는 4분의 1에 불과하다. 열에 강하고 부식될 염려도 없다.

■1958년 미국 유니온 카바이드사가 레이온계 탄소섬유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각국이 '꿈의 신소재' 개발 경쟁에 나섰다. 가장 널리 쓰이는 PAN계 탄소섬유는 71년 일본 도레이가 상용화에 성공했다.

도레이는 그 여세를 몰아 세계시장 점유율 30%를 자랑하면서 선두 자리를 굳혔고, 다른 일본계 기업과 합쳐 세계시장 80%를 장악하고 있다.

도레이의 경쟁력은 보잉 787기의 기체에 최초로 탄소섬유가 채택돼 유명해졌다. 보잉 787은 이로써 연비를 20% 이상 개선, 초대형 여객기 시장에서 우위를 이을 기반을 갖추었다.

■도레이가 자동차 부품 시장에까지 뛰어든다. 2010년까지 나고야(名古屋)에 연구개발기능을 갖춘 공장을 건설해 자동차 문짝과 지붕, 보닛 등을 만들어 도요타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미 닛산(日産)자동차 등과 손잡고 차대(플랫폼) 양산기술도 갖췄다. 모두를 적용하면 1,500㎏의 차량 무게가 200㎏으로 줄고, 강도는 더욱 높아진다.

철의 수십 배나 되는 가격이 걸림돌이라지만, 세계적 자동차 환경규제 추세 등을 감안하면 경제성 확보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철강업계와 자동차 업계가 함께 경각심을 가질 만하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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