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료 사회에 전문가형 인재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 부처 인사에서 전문적 능력을 갖춘 인사가 내부 승진으로 장관에 오르는 등 변화가 뚜렷하다.
외교부 등 일부 부처 장관은 차관에서 승진한 이들이고, 대학 총장이나 유관 국유기업 CEO가 장관으로 영전한 사례도 적지 않다. 몇 년 전만해도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공산당 유력자들이 독점해오던 관례가 깨지는 것이다.
이 흐름은 1949년 사회주의 중국 건국이후부터 살펴볼 때 제3의 인사 혁명의 물결이라 할 수 있다. 건국 초기 팔로군을 이끌던 혁명가들이 관료로 전향하는 시기가 1차 인사혁명이었다. 덩샤오핑(鄧小平) 등 수 많은 직업적 혁명가들이 경제전문가 등으로 변신했던 시기이다. 이들의 시대는 마오쩌둥(毛澤東) 집권 말기인 70년대 후반까지 이어졌다.
개혁 개방의 설계사 덩샤오핑이 집권한 이후에는 개혁 개방의 마인드를 갖춘 ‘설계사형 관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실무 능력은 떨어지지만 새로운 개혁의 지도를 그릴 수 있는 젊은 세대의 등장이었다. 이 과정에서 급속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집권한 21세기 초반 들어서는 20년의 개혁 과정에서 실무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이 행정력을 장악하는 제 3의 물결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 진행된 인사를 짚어봐도 이 경향은 쉽게 확인된다. 양제츠 외교부장과 인웨민(尹蔚民) 인사부장은 부처 차관에서 내부 승진했고, 중국 우주과학기술집단의 CEO였던 장칭웨이(張慶偉)는 중국 항공우주 정책을 좌우하는 국방과학공업위원회 주임으로 영전했다.
농학박사 출신으로 베이징시 비서장을 지낸 순정차이(孫政才)는 농업부장으로, 공학박사로 상하이 통지(同濟)대 총장인 완강(万鋼)은 과학기술부장이 됐다. 천주(陳竺) 위생부장도 전문가 출신이다. 특히 완강은 민주당파 인사로 비공산당원이 아니더라도 전문성만 갖추면 등용될 수 있다는 점을 웅변하고 있다.
홍콩 대공보는 “이 흐름은 국제화 전문화 추세에 적응하려는 움직임과 연관되어 있다”며 “후 주석의 ‘과학적 인재관’의 강조도 흐름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특히 “정치적으로 전문가형 인재의 발탁은 중국 공산당의 집권 능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17차 당대회를 계기로 후 주석의 집권력이 강화된다면 이러한 인사 혁명은 향후 5년간 더욱 거세질 것이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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