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버드대 최초의 여성 총장인 드류 길핀 파우스트(60)가 취임사에서 대학에 '경쟁력 있는 노동력' 양성을 요구하는 주장에 맞서 '본연의 학문적 가치'를 강조했다.
13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파우스트 신임 총장은 전날 열린 취임식에서 "대학의 본질은 과거와 미래에 대해 유일한 책임을 진다는 데 있지, 단순히 현재에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파우스트 총장은 이어 "대학은 다음 분기에 나타날 결과나, 졸업 때까지 학생들이 어떤 모습의 사람이 되느냐를 다루는 곳이 아니라, 일생을 형성하고 수 천 년의 유산을 후세에 전하는 동시에 미래를 일구는 배움을 위한 곳"이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이에 따라 "대학은 경쟁력 있는 인재를 훈련하는데도 기여해야 하겠지만, 인재양성을 넘어서는 그 이상의 것이 되도록 노력해야만 한다"며 20세기 초 미 흑인사회를 대표한 지성인 W.E.B 듀보이의 말을 각색해 "교육은 사람을 목수로 만드는 것이라기보다는 목수를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녀의 견해는 살아있는 전통의 수호자이자 과학자와 철학자들의 장소, 배움과 지식이 추구되는 곳이라는 대학의 전통적인 역할을 옹호한 것으로, 최근 인재양성 기관으로서 대학의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는 부시 정부의 교육정책을 분명하게 반대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마거릿 스펠링 미 교육부장관이 구성한 '대학교육의 미래를 위한 위원회'는 지난해 발표한 최종보고서에서 연방정부의 대학평가와 이를 토대로 한 재정지원 변경을 위해 표준화된 시험을 통한 학업측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취임식에는 로런스 서머스 전 총장과 총장대행을 맞아온 데릭 복 전 총장, 닐 루덴스타인 전 총장 등이 참석했다. 파우스트 신임 총장은 여성 비하 발언 논란 등으로 사임한 서머스 전 총장과 포옹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역사학자인 파우스트 신임 총장은 하버드대 371년 역사상 첫 번째 여성 총장이자, 1672년 사망한 찰스 촌시 총장 이후 하버드대에서 학위를 받지 않은 첫 총장으로, 브린모어칼리지와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수학했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