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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인지… 학원인지…

입력
2007.10.1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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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생명공학부 3학년 노솔지(22ㆍ여)씨는 3년전 재수까지 하며 의과대학 문을 두드렸지만 연거푸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러나 그는 4일 경북대 의과전문대학원 합격증을 거머쥐며 의사의 꿈을 이루게 됐다. 조기졸업을 눈 앞에 둘 만큼 악착같이 공부한 결과다. 하지만 노씨는 “학교측의 적극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말했다.

경북대는 재학생의 의학ㆍ치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돕기 위해 자율전공학부 자연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리 메드(Pre med) 코스 트랙’ 과정을 2002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대학들이 의학ㆍ치학 전문대학원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합격자를 만들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앞으로 법조인과 의사를 얼마나 배출하냐에 따라 학교 명성과 경쟁력이 좌우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두고 교육계에서는 “대학을 ‘전문대학원 입시기관’으로 변질시키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2009년 로스쿨 개원을 앞두고 전국 대학들의 전문대학원 합격자 양성 열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장학금에 해외연수까지

각 대학들은 전문대학원 합격자 양성을 위해 장학금 지급, 해외연수, 무료특강 등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고 있다.

경북대는 ‘프리 메드’ 과정 학생에게 해외봉사활동 우선권 부여, 기숙사 우선 배정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해당 과목 학점은 절대평가를 한다. 학생들에게 ‘내신관리’의 편의성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졸업 때까지의 ‘전용 고시실’ 이용은 가장 큰 혜택으로 꼽힌다.

순천향대는 사법고시와 의학ㆍ치의학 전문대학원 준비 과정 재학생에게 매달 2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방학 중에는 영어와 리더십에 대한 무료 합숙 교육을 실시한다. 외국인 학생과 방을 함께 쓸 수 있는 기숙사 ‘잉글리시 빌리지’(English Village) 우선 입주권도 준다. 순천향대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학교 명성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화여대는 의학ㆍ치의학 전문대학원과 로스쿨 준비과정 선발자 등에게 1년 동안 장학금과 함께 해외연수 특전을 준다. 인하대 기초의과학부의 경우 무료나 다름 없는 여름특강(수강료 95% 학교 부담)을 실시한다. 인하대 관계자는 “본교 의학전문대학원 신입생 20~30%를 기초의과학부에서 선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학교육 붕괴” 비판

학내에서조차 특혜 시비가 일만큼 해당 과정의 인기는 매우 높다. 경북대 자율전공학부 자연계는 매년 입시에서 최소 6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인하대 기초의과학부 관계자는 “의예과나 다름 없는 역할을 하니 전과(轉科)를 하려는 학생들의 문의가 빗발친다”고 말했다.

인기가 높은 만큼 진입 장벽도 높다. 경북대는 자율전공학부 신입생 550명 중 상위 성적 120명에게만 지원 자격을 준다. 순천향대는 입학 성적 10% 내에 든 학생을 선발 대상으로 삼는다.

우수학생에 대한 특별 지원은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북대 프리 메드 과정은 의학전문대학원 합격자를 2005년 8명(21명 지원), 2006년 18명(30명 지원) 배출한데 이어 올해 3명이 수시모집에 합격했다. 김사열 경북대 생명공학부 교수는 “합격자들은 전문 입시학원을 전혀 이용하지 않았다”며 “학원가에서 집중 연구대상이라는 시샘 섞인 말이 나돌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계의 눈은 차갑다. 대학 교육의 목표와 전문대학원 도입 취지를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장인 박거용 상명대 교수는 “대학이 특정 전문대학원의 예비학교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재옥 전국법과대학장협의회장은 “로스쿨 도입의 목적은 다양한 경력과 넓은 사고를 갖춘 법조인 양성인데 각 대학들의 로스쿨 진학 준비과정은 오히려 학생들의 시야를 좁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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