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는 이 달 11일 국내 언론에 자동차 신기술의 산실인 남양연구소를 공개했다. 주요 보안시설인 연구소를 언론에 노출시킨 것은 2004년 9월 이후 3년 만이다.
경기 화성시 남양만 간척지에 위치한 연구소는 우선 그 규모가 국내 최고수준으로 세계적인 유수 업체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350만㎡ 부지에 자리잡은 이 연구소는 70㎞ 길이에 달하는 시험로를 갖춘 주행시험장, 실차 풍동시험장, 디자인연구소, 파워트레인 연구소, 충돌시험장으로 구성돼 있다.
연구소의 핵심은 자동차의 ‘심장’이랄 수 있는 엔진과 변속기에 대한 다양한 연구개발과 시험이 진행되는 파워트레인 연구소. 박사 100여명, 석사 600여명 등 연구원 1,900여명이 ‘2010년 월드 베스트 파워트레인 상품력 확보’를 목표로 연구활동에 매진하고 있었다.
한기복 관리부장은 “이곳에서 미쓰비시와 크라이슬러에 5,700만 달러의 기술료를 받고 판 쎄타 엔진을 개발했다”며 소개했다. 엄격한 보안으로 모든 시설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변속기 내구성 테스트를 위한 실험실만 봐도 ‘품질경영’을 향한 현대ㆍ기아차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변속기 1개는 3개월 동안 24시간 실제 상황에서 이뤄질 수 있는 모든 패턴의 변속 상황이 설정된 가혹한 시험대에 오른다. 30만㎞의 주행에 버금가는 시험이라는 게 이곳 관계자의 설명이다.
남양연구소 내에서 최고가 시설은 450억원을 들여 만든 풍동시험장. 풍동시험은 차량의 공기저항을 최소화해 연비 및 소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필수 작업이다. 축구장 크기의 시험장, 직경 8.4m의 초대형 프로펠러 및 3,400마력의 전기 모터, 여기서 나오는 200㎞/h의 바람, 40억원에 달하는 초정밀 저울 등은 현대ㆍ기아차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풍동시험장 이정호 선임연구원은 “풍동시험장을 갖춘 국내 자동차메이커는 현대ㆍ기아차가 유일하다”면서 “시험장 성능 역시 ‘바람의 질’ 등의 면에서 다른 메이커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자동차 양산에 앞선 시험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충돌시험. 남양연구소는 국내 최초로 고정벽 대(對) 차량 충돌 외에도 차량 대 차량 충돌시험 능력을 갖췄다. 충돌시험 유형만 해도 20여가지다. 충돌 시 차량 속도를 달리할 때 그 경우의 수는 더 늘어난다. 현대ㆍ기아차는 한 대의 차량을 생산하기까지 150여차례 충돌시험을 진행한다. 차 값 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1회 충돌시험 시 1억원 가량이 소요된다고 한다.
기아차 쎄라토가 동원된 이 날 충돌시험은 56㎞/h의 속도로 고정 벽에 정면 충돌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북미지역 법규와 관련된 시험으로, 이 차량에는 ‘작은 체구의 여성 승객’ 더미 2개가 탑승했다. ‘꽝’하는 굉음과 함께 시험은 순식간에 끝났으나 남양연구소는 충돌 상황을 담은 사진 분석과 더미 피해 등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또다시 매달려야 한다. 이 더미 한 개 가격은 7,000만~8,000만원으로 남양연구소에만 94개가 있다. 차량충돌 성능개발팀 백윤호 부장은 “차와 차가 충돌했을 때 갖는 ‘작은 차가 불리하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고, 소형차라도 최대한 보호하는 상호 보호차량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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