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국내 증시에 대규모 외국인 자금의 유입은 없다.’ 한국은행의 진단이다. 물밀듯 밀려오던 외국인 주식자금의 순유입(유입>유출) 시대는 이제 막을 내렸다는 것이다.
14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유출입 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증시개방과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은 추세상 빠져나가는 돈보다 들어오는 돈이 많은 ‘순유입 기조’를 유지해왔으며, 2003년에는 순유입액이 126억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2005년 39억달러 순유출로 돌아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162억달러로 확대됐으며, 증시가 거침없는 상승행진을 거듭한 올 상반기에도 28억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한은은 “2006년말 현재 외국인의 주식보유비중이 37.3%로 세계 33개국 단순 평균인 29.8%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라며 “대규모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순유입 기조는 사실상 종식됐다”고 단언했다. 대신, 앞으로는 국내외 투자수익률과 위험 등에 따라 자금의 순유출과 순유입이 교차되는 패턴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유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신흥 시장 위험 증가’가 꼽혔다. 신흥시장에 위험이 높아진다고 판단되는 경우 미국 채권투자를 늘림으로써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크게 이탈한다는 것이다. 또 국내 주가가 많이 올라서 이미 실현된 투자 수익이 증가하는 경우, 또 미국 금리가 상승해 투자 비용이 높아지는 경우에도 국내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이탈이 빨라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에 유입되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주가지수 선물가격이 상승해 기대투자수익이 증가하는 경우로 파악됐다. 미국 금리 하락에 따른 투자 비용 하락,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지수(MSCI)의 한국 투자 비중 상승 등이 뒤를 이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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