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나라당의 의사일정 중단 선언으로 17대 마지막 정기 국회가 정쟁과 대치의 소용돌이로 빠져 들었다. 매년 여야 대립으로 바람 잘 날이 없던 정기국회지만 이번 파행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의 기선 잡기식 대치가 직접 원인이다 보니 강도와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각 상임위 별로 진행 중이던 국회의 새해 예산안 심사가 중단 됐다. 실제로 이날 오전부터 예산안을 심의하던 법사위는 오후 들어 한나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회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행자위는 의결정족수 미달이 예상돼 회의 자체가 취소됐다.
이번 정기국회 회기는 대선 때문에 예년에 비해 짧다. 이 마당에 여야 대치가 장기화할 경우 예산 부실심사가 불가피하다. 아울러 민생관련 법안 처리도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17일 예정된 국정감사가 정상적으로 시작될지도 의문이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직접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국정감사 보이콧' 얘기까지 흘러 나온다.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는 "분위기가 상당히 강경하다"는 말로 가능성을 숨기지 않았다. 사실 국정감사가 보이콧 되거나 기간이 줄어들면 한나라당으로선 나쁠 게 없다. 이명박 후보 관련 범 여권의 공세를 그만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초강수는 이 후보를 겨냥한 신당의 공세를 초반에 막아내지 못하면 모든 상임위에서 파상 공세가 밀려 올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역사상 대선후보로 결정된 사람에 대해 국감을 하겠다고 하는 무도한 정권은 지금까지 존재한 적이 없으며, 군사정권에서도 이런 일은 없었다"고 비난했다.
내부 기류도 상당히 강경하다. 의원들 사이엔 "이번에 물러서면 여권이 면책특권을 이용해 이회창 후보를 거세게 몰아붙인 2002년 국회의 재판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통합신당 역시 이번 국감에서 이 후보 관련 의혹을 반드시 다루겠다며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결국 국회를 볼모로 한 파행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합신당 최재성 공보담당 부대표는 "국민이 명령한 의사일정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말은 폭거"라며 "이명박 후보 한 사람 때문에 국회와 대한민국의 미래가 죽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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