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순 경찰청장이 12일 인사 청탁과 함께 금품과 향응을 제공 받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이유로 하옥현(53ㆍ사진) 광주지방경찰청장(치안감)을 직위해제 하기로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 청장은 이날 하 청장에 대한 직위해제안을 행정자치부에 보냈으며, 행자부는 이를 바로 중앙인사위원회에 올렸다. 하 청장의 직위해제 여부는 국무총리실을 거쳐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야 하지만 사실상 직위해제로 정리됐다는 게 경찰 안팎의 예상이다.
이에 앞서 하 청장은 11일 경찰청 감사관실의 집중 조사를 받았다. 감사관실은 올해 7월 광주경찰청 개청을 앞두고 2월, 6월에 실시된 인사 과정에서 하 청장이 각종 청탁과 함께 금품과 향응을 제공 받았는 지 여부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 관계자는 “일단 직위해제를 한 후 추가 조사를 통해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 청장이 감찰 조사를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광주경찰청 개청 직전인 6월 사무용품 납품 및 인테리어 업체 등으로부터 향응을 제공 받거나 전남경찰청과의 인사 교류 및 내부 전보 인사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으로 감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달에는 국무총리실 ‘암행감찰반’으로 불리는 정부합동점검반이 강도 높은 현장 조사를 벌였다.
과거 전남경찰청이 관할하던 광주 지역 5개 경찰서를 관할로 하는 광주경찰청은 7월 2일 개청한 이후 전남 지역에서 광주경찰청으로의 전입을 원하는 일부 경찰관들이 인사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한편 하 청장에 대한 감찰 과정에서 이택순 청장은 품위 손상을 이유로 하 청장에게 자진 사퇴를 종용했으나 하 청장은 “나는 떳떳하다. (비위) 사실 확인도 없이 나를 흔들지 말라”며 사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 청장은 11일 감찰를 받은 뒤 2차례에 걸쳐 이 청장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이 청장은 “할 말도 들을 말도 없다”며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 청장의 직위해제 소식이 알려지자 경찰 안팎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한 경찰 간부는 “광주 전국체전이 한창인 상황에서 치안 책임자를 불러 올려 조사한 것부터가 이례적”이라며 “이 청장이 임기(내년 2월) 말 흐트러진 리더십을 세우고 조직 기강을 다잡기 위해 본보기 차원에서 이뤄진 ‘표적 감찰’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박상준기자 buttonpr@k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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