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박빙의 리드를 지키던 한화의 7회말 공격. 선두 4번 타자 김태균이 범타로 물러나고 타석엔 3회 솔로포를 터트린 ‘준플레이오프의 사나이’ 이범호가 들어섰다.
마운드에는 삼성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일궈냈던 당대 최고의 마무리 오승환이 버티고 있었다. 볼카운트 1-1에서 오승환이 던진 슬라이더가 한 가운데로 몰리자 이범호의 방망이는 전광석화처럼 돌아갔다.
‘딱’ 하는 파열음과 함께 타구는 새하얀 포물선을 그린 후 좌중간 펜스 너머로 떨어졌다. 순간 만원 관중들의 “와~” 하는 함성이 터졌고, 대전구장을 수놓은 오렌지색 막대풍선은 넘실넘실 군무를 췄다. 홈런을 확신한 이범호는 두 팔을 번쩍 들고 개선장군처럼 베이스를 돌았고, 정규시즌 한화전에서 단 한 개의 홈런도 얻어 맞지 않았던 오승환은 고개를 떨궜다.
올시즌 사상 첫 2년 연속 40세이브 기록을 세운 오승환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오승환은 8회 1사후 고동진으로부터 쐐기 1점 홈런을 얻어 맞고 완전히 무너졌다.
한화가 12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5번 이범호의 결정적인 홈런 2방을 앞세워 5-3으로 이기고 2승1패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지난 2005년 이후 3년 연속 준플레이오프에서 승리를 거둔 한화는 14일 오후 2시 잠실구장에서 두산과 플레이오프 1차전을 벌인다.
이날 최고의 히어로는 이범호였다. 지난 9일 1차전에서도 승리에 쐐기를 박는 2점 홈런을 날리며 역대 준플레이오프 최다 홈런(5개)의 주인공으로 등극한 이범호는 3차전에서도 홈런 2방을 몰아치는 괴력을 발휘했다. 1회 첫 타석에서 볼넷을 얻어 나가며 득점의 발판을 마련한 이범호는 2-1로 쫓기던 3회 1사후 삼성 윤성환으로부터 좌월 1점홈런을 쏘아 올렸다.
지난해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도 연타석 홈런을 터트린 이범호는 이날 홈런 2방으로 역대 준플레이오프 최다 홈런 공동 2위인 안경현(두산) 류중일(은퇴ㆍ현 삼성 코치)과의 차이를 3개로 벌렸다. 또 준플레이오프 통산 최다 타점 타이 기록(12개)도 세웠다. 이범호는 3차전 데일리 MVP(상금 100만원)에 선정됐다.
한화 김인식 감독과 삼성 선동열 감독은 초반부터 한치의 양보 없는 치열한 벤치 싸움을 벌였다. 선동열 감독은 선발 매존이 1회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곧바로 안지만으로 교체했고, 윤성환(2회)-권혁(4회)-임창용(5회)-조현근(6회)-오승환(6회)-권오원(8회) 등 8명의 투수를 투입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김인식 감독도 선발 세드릭을 3회에 노장 송진우로 교체한 후 6회 1사 1ㆍ2루에서는 1차전 선발 류현진을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그러나 양팀의 승부는 결국 불펜에서 갈렸다. 삼성은 믿었던 윤성환과 오승환 필승 계투조가 홈런 3방을 맞고 무너진 반면 한화 송진우(2와3분의2이닝 1실점)와 류현진(3과3분의1이닝 1실점)은 제 몫을 했다.
송진우는 역대 포스트시즌 최고령(41세7개월26일) 승리투수가 됐다. 마무리 구대성은 5-3으로 앞선 9회 2사후 등판, 마지막 타자 박진만을 잡아내고 역대 포스트시즌 최고령(38세2개월10일) 세이브를 따냈다.
승부의 분수령이 된 1차전에서 승리를 따낸 후 3일 만에 등판해 삼성의 막강 타선을 막아낸 류현진은 준플레이오프 MVP에 올라 트로피와 상금 200만원을 받았다.
대전=이승택기자 lst@hk.co.kr이상준기자 sjlee@hk.co.kr
■ 양팀 감독의 말
주축선수 제몫…PO 문동환 기대
▲한화 김인식 감독=어려운 경기를 이겨서 다행이다. 송진우 류현진 이범호 등 주축 선수들이 제 몫을 해줬다.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투수가 마땅치 않아 고민이다. 두산은 젊은 패기와 베테랑들의 경험이 조화를 이룬 팀이라 어려운 승부가 예상된다.
정규시즌 때도 우리는 두산에 약했다. 류현진을 불펜투수로 돌릴지 고민해봐야겠다. 문동환이 들어오기 때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선발투수들이 약해 어려웠다
▲삼성 선동열 감독=감독이 된 뒤 단기전에서 첫 패지만 한국시리즈가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 예상했던 대로 선발투수들이 약하기 때문에 실패했던 것 같다. 오늘도 매존이 1회에 점수를 주는 바람에 어려웠다.
불펜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내년을 대비해 선발 투수들을 키우고 타자들을 보강해야겠다. 3차전까지 가며 한화의 힘을 빼서 김인식 감독께 죄송할 따름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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